<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뿌쉬킨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알렉산드르 뿌쉬킨 운문소설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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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기록
약간의 과장을 허용한다면 뿌쉬낀 이후의 모든 러시아 문학 텍스트는 뿌쉬낀과의 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의 매 페이지에서 논평하고 회상하고 사색하고 조롱하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점에서 화자야말로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마디로 말해서 "예브게니 오네긴"은 작가로서 성숙해가는 뿌쉬낀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 뿌쉬낀 자신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쉬끌로프스끼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가리켜 <패러디의 소설이자 소설의 패러디>라 일컬은 바 있다. 그만큼 이 소설의 거의 모든 것은 서구에서 들어온 문학의 요소들을 패러디하며 또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소설 장르를 패러디한다. 뿌쉬낀은 시를 넘어서 소설로 간 것이 아니라 시도 소설도 모두 넘어서 독창적인 새 장르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 석영중 해설 中
59
사랑이 지나가자 뮤즈가 등장했다.
흐려졌던 지성은 맑아지고
자유로운 나는 또다시 찾는다
마술 같은 소리와 감정과 상념의 결합을.
시를 써도 가슴은 미어지지 않고
펜은 자기도 모르게
쓰다 만 시의 여백에
여인의 발이니 얼굴이니 그리지도 않는다.
재만 남은 불은 다시 타오르지 않고
나는 여전히 슬퍼하지만 눈물은 이미 말랐다.
머지않아 폭풍의 흔적도
내 영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리라.
그때가 되면 쓰기 시작하리라
스물다섯 장의 서사시를.
25
요부들은 냉혹하게 계산을 하지만
따찌야나는 진지하게 사랑을 하여
귀여운 아이처럼 맹목적으로
사랑에 몸을 던진다.
생각해 볼게요 같은 말을 그녀는 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싥으로 우리는 사랑의 가치를 높이고
더욱 확실하게 상대를 올가미에 잡아넣긴 하지만.
처음에는 희망으로 허영심을 부추기고
그런 뒤엔 의혹으로 마음을 괴롭히다가
질투의 불길로 다시 활기를 넣어 준다.
안 그러면 교활한 사랑의 포로는
쾌락에 싫증이 나서 틈만 나면
족쇄를 풀고 달아나려 할테니까.
22
그럼 누굴 사랑해야 하나? 누굴 믿어야 하나?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은 누군가?
모든 행동, 모든 말을 친절하게도
우리 눈 높이에 맞추어 줄 사람은?
우리를 중상하지 않을 사람은?
우리를 자상하게 보살펴 줄 사람은?
우리의 결점도 눈감아 줄 사람은?
절대로 우릴 지겹게 하지 않을 사람은?
부질없는 환영을 추구하는 이여,
내 존경하는 독자여,
헛되이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지어다.
그야말로 가치 있는 대상이니
더 이상 소중한 존재는 없도다.
문법적 오류가 없는 러시아어는
미소 없는 붉은 입술 같아
좋아할 수가 없다.
👉 그럼 내 러시아어는 매력이 철철 넘치겠군.
50
나의 기묘한 동반자여, 너하고도 안녕.
그리고 너, 나의 진실한 이상이여, 안녕.
생생하고 변함없는 노작이여, 안녕. 너희들과 더불어
나는 시인이 부러워하는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세상의 폭풍 속에서 삶을 망각하는 법을,
친구들과 격의 없이 담소하는 법을.
나이 어린 따찌야나와 오네긴이
내 몽롱한 꿈속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래,
마법의 수정 구슬을 통해
아직 희미하게나마
내 자유 분방한 소설의 미래를 내다본 이래,
정말로 정말로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아, 운명은 너무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앗아갔다!
포도주 가득 찬 술잔을
다 비우지도 않고
인생의 향연을 일찌감치 떠나버린 자,
마치 내가 오네긴과 헤어진 것처럼
인생의 소설을 다 읽지도 않고
별안간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자는 행복하도다.
- 가장 인상깊었던 마지막 구절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 소크라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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