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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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모든 대화가 나 자신을 형성하도록 도왔고, 모든 대화가 내가 허물을 벗고 알껍데기를 깨도록 도왔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기록
작가서문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에 대한 암시이다. 일찍이 그 누구도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둔하게, 어떤 사람은 좀 더 가뿐하게, 누구나 능력껏 노력한다. 누구나 출생의 잔재,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죽을 때까지 품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결코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구리나 도마뱀이나 개미로 머무른다. 어떤 이들은 상체는 인간인데 하체는 물고기다. 그러나 모두들 인간이 되라고 자연이 내던진 존재다. 우리는 모두 근원을, 어머니들을 공유한다. 우리는 모두 동일한 깊은 계곡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제각기 깊은 심연에서 내던져진 시도로써 자신만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제2장: 카인
이런 생각들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돌멩이 하나가 우물에 떨어졌고, 그 우물은 내 어린 영혼이었다. 내가 뭔가를 인식하고 의심하고 비판하려 할 때마다 카인과 형제 살해, 표식에 얽힌 일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내 생각의 출발점이 되곤 했다.
제3장: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내겐 간단한 방법이 있어. 그럴 때마다 목사님의 눈을 빤히, 아주 빤히 쳐다보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잘 견디지 못해. 다들 불안해하지. 네가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얻어 내고 싶으면 느닷없이 그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도록 해.
내가 그 이야기를 얼마나 개인적인 느낌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듣고 읽었는지 그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런데도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내게 치명적으로 들렸으며, 내가 수호해야 한다고 믿었던 개념들을 내 안에서 뒤엎으려 했다.
제5장: 새는 알을 깨고 힘겹게 싸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이듬해 봄에 나는 김나지움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다. 입술 위에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자랐고, 나는 성인이었다. 그런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으며 추구하는 목적도 없었다. 다만 오직 한 가지, 내 안의 목소리, 꿈의 영상만은 확고했다. 나는 그것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내 임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나는 날마다 저항했다. 내가 혹시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가 혹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못 하는 일도 없었다. 조금 노력하고 애쓰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법 문제를 풀거나 화학 분석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못 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내 안에 어둡게 숨어 있는 목표를 끄집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리는 일만은 할 수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자신이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려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그리고 어떤 이점을 가져올지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도 아마 언젠가는 그런 인물이 되겠지만, 지금 내가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어쩌면 앞으로 찾고 또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러 해 동안 찾아도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목표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목표에 이르렀지만, 그것은 사악하고 위험하고 끔찍한 목표일 수도 있었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그 무렵 나는 특이한 피난처를 찾아냈다. 흔히 말하듯이 〈우연히〉 찾아냈다. 하지만 그런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게 되면, 그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 자신, 그 자신의 갈망과 필연이 그것으로 이끈 것이다.
직립 보행을 하고 새끼를 아홉 달 동안 배 속에 품고 있다고 해서, 저기 길거리를 오가는, 두 발로 걷는 모든 존재들을 설마 인간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테죠?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물고기나 양, 벌레나 거머리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개미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꿀벌인지 당신은 알고 있을 거요! 그런데 그들 모두 안에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깃들어 있어요. 그들이 그 가능성을 예감하고 또 어느 정도 의식하는 법을 배워야만 비로소 그 가능성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지요.
모든 대화가 나 자신을 형성하도록 도왔고, 모든 대화가 내가 허물을 벗고 알껍데기를 깨도록 도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머리를 조금씩 더 위로, 조금씩 더 자유롭게 쳐들었다. 마침내 나의 노란 새가 세계의 껍데기를 부수고 아름다운 맹금의 머리를 치켜들 때까지.
제6장: 야곱의 싸움
나는 시를 쓰거나 설교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그 밖의 다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다만 부수적으로 생겨날 뿐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소명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러야 하는 오직 한 가지 소명밖에는 없다. 그 소명이 시인이나 광인, 예언가나 범죄자로 끝날 수도 있다. 이것은 그 자신의 책무가 아니며 결국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 자신의 책무는 임의의 운명이 아닌 자기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어 그 운명을 자신 안에서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살아 내는 것이었다.
제7장: 에바 부인
사랑을 요구해서도 안 돼요.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당기지요.
우리는 제각기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만이 우리의 의무이고 운명이라고 느꼈다. 우리 각자 안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에 완전히 부응해 그 뜻에 맞게 살고, 불확실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전부 받아들일 각오를 다지는 것만이 우리의 의무이고 운명이었다.
제8장: 종말의 시작
그 영혼은 미친 듯이 날뛰며 죽이고 파괴하고 죽어서 새로 태어나기를 원했다. 거대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웠으며, 그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꼬마 싱클레어, 내 말 잘 들어! 나는 떠나야 해. 크로머나 아니면 다른 일로 아마 네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는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몰라. 그래서 네가 불러도, 나는 말이나 기차를 타고 허둥지둥 달려오지 않을 거야. 그러면 네 안에 귀를 기울여 봐. 내가 네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이따금 열쇠를 찾아서 나 자신 안으로 침잠하면, 운명의 형상들이 어두운 거울 속에서 잠들어 있는 곳으로 완전히 침잠하면, 검은 거울 위로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친구이면서 인도자인 그와 똑같은 모습이.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 소크라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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