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우리 동네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살고 있다.나는 분명 휴학을 했지만, 학교 다니는 것보다 집에 내려온 요즘 부쩍 더 전공어를 많이 듣는다. 집 근처에는 хлеб и продукты라고 창문에 대문짝만 하게 붙여놓은 마트가 있고
버스를 탈 때면 꼭 맨 뒷좌석은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앉아있다. 파리바게트를 가도 올리브영을 가도 그냥 길거리에서도 러시아어가 정말 자주 들린다. 우리 집이 있는 골목에는 적어도 네 가구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어 밤늦게 귀가할 때면, 핸드폰에 대고 누군가에게 러시아어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전하는 아저씨와 항상 마주친다. 물론 러시아어를 쓸 뿐, 진짜 러시아인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우즈벡이나 카자흐 쪽일 듯.
한 번은 우리 집으로 택배가 잘못 온 적이 있어서 돌려주기 위해 택배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어가 살짝 어눌한 외국인이었다. 억양을 듣자마자 '아,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이구나.'가 느껴졌다. 우리집 주소를 알려주고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와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물론 무슨 말을 하는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택배를 들고 있는 나를 보고 여자가 달려왔고 어눌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남자는 여자가 건네주는 택배를 받았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Слава богу"라고 들린 것 같다. 그 말에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러시아어를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웃으면서 우리말로 안녕히 가시라는 말만 덧붙였다.
언제쯤이면 러시아어로 입을 뗄 수 있을지. 집에 들어올 때 언젠가 한 번은 항상 밖에서 통화 중인 그 러시아 이웃에게 "Добрый вечер!"라고 반갑게 인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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