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기에 없었다 You Were Never Really Here, 2017
너는 여기에 없었다
You Were Never Really Here, 2017
감독 린 램지
출연 호야킨 피닉스, 예카테리나 삼소노프
2018.10.05 CGV용산아이파크몰 ★★★★
1.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라길래 잔잔한 예술영화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최근 본 그 어떤 것 보다도 자극적인 영화였다. 원래 유혈이 난무하는 그런 영화는 잘 못보는지라 온 몸의 힘을 쭉 빠지게 하는 수 많은 살인 장면들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결코 눈 뜨고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살인의 구체적인 장면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사운드와 촬영기법이 영화를 폭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을 뿐. 특히 사운드가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지럽고 몽환적인 영상의 연속으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영화 '굿타임'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그것 이상으로 강렬했다.
2.
가정폭력과 전쟁의 기억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조는 유명인사들의 뒷일을 해결해 주는 청부업자다. 어느날 그는 사창가에 팔려간 상원의원의 딸 니나를 구출해달라는 일을 맡게 되고, 무사히 니나를 구출해 약속한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는 봉변을 맞는다. 니나는 다시 납치가 되고 조의 주변인물은 하나 둘 살해되는데, 이는 모두 윌리엄스 주지사와 관련이 되어있었다. 죽은 엄마와 함께 익사하려던 그에게 불현듯 납치된 니나가 떠오른다. 니나에게서 폭력에 시달리던 그의 어린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조는 니나를 지키고자 윌리엄스 주지사의 별장을 찾아간다.
3.
폭력의 트라우마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숫자를 거꾸로 세는 니나와 어린시절의 조의 모습, 어른이 되고 나서까지도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쓰는 조. 또, 어머니를 살해한 사람이 숨을 거두기 전에 부엌에서 그와 손을 잡고 누워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무척 인상깊었다. 그리고 피가 낭자한 칼을 옆에 두고 주지사의 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 없이 음식을 잘라먹으며 괴로워 하는 조에게 이제 괜찮다고 말해주는 니나를 보면 조가 아닌 니나가 오히려 그를 구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도 니나는 조에게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암시한다. 이 영화에서 구해야 했던건 폭력의 기억에 갇힌 조가 아니었을까. 이야기의 구성과 내용은 불친절했을지 몰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아주 강렬했던, 재밌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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