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가다
러시아에 가게 됐다.
계획적이라면 계획적이고 충동적이라면 또 충동적인 결정이다.
사실 전공을 러시아어로 택한 순간, 막연히 러시아로 유학을 가겠단 생각은 있었다. 새터나 엠티를 가서 선배들의 교환학생 이야기를 듣고는 당연히 나도 밟아야 하는 수순이라고 여겼던 거다.
하지만 동기들이 러시아어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동안 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헛돌았다. 그렇게 학점은 바닥을 치고 교환학생에는 떨어져 러시아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어느덧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어버렸고 그 사이 동기들은 죄다 군대를 다녀오거나 러시아에서 되돌아왔다.
충동적인 결정이라곤 했지만 그 짧은 순간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물음들이 스쳐갔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내가 러시아에 가는 게 옳은 건지. 전공에 큰 관심도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심지어 말도 잘 못하는 내가 거기 가서 도대체 뭘 얻기를 바라는 것인가, 하는 물음들.
솔직히 말하면 동기들이 다 가니까 가 보고 싶은 것도 맞고, 4학년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서 하는 도피성 유학도 맞다.
하지만 이왕 하는 전공, 그 나라도 한번 경험해 봐서 나쁠건 없을 것 같고, 어쩌면 이 새로운 경험이 나를 훅 성장시켜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새롭게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게다가 아빠가 돈을 다 대준다는데 안 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곧 취준한답시고 여행 갈 여유도 없을 텐데, 지금 엄청 돌아다니고 앞으로 몇 년간 여행 생각은 꿈에도 안 하는 걸로...
아무튼 급하게 결정내린거라 얼른 대학교에 닥치는 대로 지원서를 넣었다.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데 6월 말에 결정을 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었다. 한시가 급해 친구들이 다녀온 곳들, 친구들에게 한 번이라도 들어봤던 대학교에 알아보지도 않고 메일을 넣었다.
메일을 아예 안 읽거나 이미 데드라인이 지났으니 내년에 지원하라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다행히도 한 곳에서 당일까지 당장 여권사본과 재학증명서 사본을 보내주면 등록을 해주겠다며 답장을 보내줬다!!! 한 달 정도 걸린다던 초청장은 2주도 안 돼서 나왔고, 학교 운영시간만 맞춰서 메일을 보내면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오기도 했다. 정말 초스피드의 절차를 걸쳐 극적으로 드디어 러시아에 갈 준비를 마쳤다. D -7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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