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스팍스 Ruby Sparks, 2012
루비 스팍스 Ruby Sparks, 2012
★★★★★ (5/5)
|
나의 생각
그동안 내 인생 로코는 500일의 썸머, 라라랜드, 이터널선샤인, 어바웃 타임이었는데, 이제 거기에 루비 스팍스가 추가됐다. 간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로맨스 장르의 영화다.
한때 천재작가라고 칭송받던 작가 캘빈은 슬럼프에 빠져 당최 글을 써 내려가지 못한다. 그러다 꿈에 그리던 상상 속의 여인인 루비 스팍스를 소재로 글을 써 내려 가는데, 그 루비 스팍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자신이 쓴 글과 모든 것이 정확히 일치하는 여자가 말이다. 자신이 글을 쓸 때마다 루비가 그에 맞춰 변한다는 것을 깨달은 채 캘빈은 자신의 상상 속 여인 루비와 실제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 주인공은 정말 찌질하고 이기적인 너드인데, 여자 주인공 역인 존 카노가 참 매력적이고 통통 튀는 발랄한 캐릭터로 나온다. 게다가 왜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별 매력 없어 보였던 주인공들도 점점 잘생겨 보이고 예뻐 보이는 건지. 주인공들이 장르 빨 받는 건가. 이 두 주인공은 실제 커플이라고 한다. 어쩐지 리얼한 꽁냥거림이다 했다. 2007년부터 교제 중이며 둘 사이에 딸도 있다고…!!!
사실 주인공 같은 남자는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비난하고 싶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게 사실이다.
사랑할 때 흔히 말하는 '넌 내 거야'라는 표현 때문일까. 사이가 깊어질수록 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 줘야 하는 게 맞는데, 함께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오히려 상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도 결국엔 사람이고, 자기가 잘하지 못하면 언젠가 떠날지도 모르는데 연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관계가 상대와 자신을 평생 묶어 놓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영화다. 모든 것이 핑크빛인 연애를 꿈꾸며 시작했지만, 현실은 늘 싸우고 화해하는 것의 반복이며, 완벽한 나의 이상형인 줄만 알았던 애인은 생각만큼 잘 컨트롤 되지 않으니.
도덕성이나 인간의 존엄성 따위를 다 무시한다면 캘빈의 타자기는 충분히 탐나는 아이템이다. 아마 내 손에 주어진다면 난 핸드백에 들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할 듯싶다. 쿵짝이 잘 맞다가도 데이트 장소나 저녁 메뉴 같은 사소한 것들을 정하는 것에도 난항을 겪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데엔 진심 어린 대화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대화해 나가면서 서로 맞춰나가면서 배려하고 존중해야지, 연애도 인생도 다 내 상상대로 다 이루어지는 나만의 소설은 아니니까.
기록
2019.08.14 왓챠플레이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좋아하는 영화를 2번, 3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그 영화에 대한 평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프랑수아 롤랑 트뤼포-
'Art & Culture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스 Лёд, 2018 (0) | 2020.05.06 |
---|---|
해어화 Love, Lies, 2015 (0) | 2020.05.03 |
2019년 영화 감상 목록 (0) | 2019.08.11 |
라이온킹 The Lion King, 2019 (0) | 2019.07.31 |
힙스터즈 Стиляги, 2008 (0) | 2019.07.27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아이스 Лёд, 2018
아이스 Лёд, 2018
2020.05.06 -
해어화 Love, Lies, 2015
해어화 Love, Lies, 2015
2020.05.03 -
2019년 영화 감상 목록
2019년 영화 감상 목록
2019.08.11 -
라이온킹 The Lion King, 2019
라이온킹 The Lion King, 2019
201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