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29-31] 통영/부산 여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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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여행 2일 차의 통영은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매우 맑았다. 우리의 행선지는 서피랑 공원. 살짝 가파른 곳들을 올라가야 했다.
서피랑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만난 서피랑 공작소다. 뭐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예뻐서 사진부터 찍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는 인터넷 보고 찾아간 서피랑 떡복기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외관은 깨끗하고 신식 같지만 가게 내부는 마치 시골 할머니 집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주방이 딱 예전 외할머니네 주방을 보는 듯했다. 2인분에 5000원이란 가격이 무엇보다도 최고다. 맛있지만 특별한 건 없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달달구리한 떡볶이 맛이다. 하기사 요즘엔 분식집도 다 체인점이고 그렇게 맛있는 집이 없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다. 멀리서 이 떡볶이를 위해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한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다면 분명 단골이 되었을 그런 떡볶이집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우리가 포토존을 그냥 지나치랴.
서피랑에는 99계단과 피아노길이 있다. 딱 관광객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예쁜 길들.
여기서도 사진만 엄청 찍었다. 날씨도 기분도 모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벽화랑 인위적인 포토존이 가득했던 동피랑 보다 한적하고 자연이 함께있는 서피랑이 더 마음에 들었다.
푸르렀던 통영의 하늘!
숙소로 돌아가다가 마주친 어마무시했던 말린 물고기들... 너희들의 정체가 뭐냥.
그렇게 통영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 계획했던 시간보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져서 당황했다. 우리가 머물 곳은 해운대에 위치한 '베스트웨스턴'이라는 호텔이었다.
원래는 싱글베드 두 개가 있는 방인데, 체크인할 때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줬다. 역시 여행은 비성수기에 가는 게 좋다.
통영의 바다가 고요하고 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부산의 바다는 탁 틔여 있고 파도도 거세 더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 '그래, 이게 바다지!' 싶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우리는 바다를 따라 쭉 걸었다.
연인들이 하는 놀이 따라 하기.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 같다며 친구가 찍어준 사진.
생각보다 늦게 해운대에 도착해 원래 가려던 동백섬의 저 반짝이는 건물엔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백섬을 둘러보며 해운대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도 운치 있고 되게 좋았다. 친구랑 에어팟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 들으면서 밤바다를 돌아보았는데, 2박 3일의 여행 중 나는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기도하고,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동백섬에서 발견한 동백꽃인지 모를 붉은 꽃.
부산 해운대 밤바다. 저 높은 빌딩들은 다 공사 중이었다.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여행 일정 중 친구가 가장 기대하고 기대했던 '더 베이 101'. 건물 보다도 앞의 야경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바다 앞에 반짝반짝한 초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친구가 보여준 인스타 사진에서는 사진도 엄청 예쁘게 나오던데 역시 그건 다 장비빨이었나 보다. 눈으로 보는 건 화려했지만 사진으로 담으니 그저 높은 아파트일 뿐이다. 심지어 밤이라 인물이 살지도 않는다. 군데군데 세워진 가로등 불빛이 자꾸만 사진 앵글 속에 찍혀 오히려 사진을 더 망쳤다. 저 반짝이 풍선과 하트봉은 어떤 착한 커플 사진을 찍어줬더니 우리도 찍어주겠다며 커플이 손에 쥐어주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훨씬 나았던 더베이의 야경이다.
그다음으로는 저녁으로 해운대 개미집에서 낙곱새를 먹었다. 수원 개미집도 가본 적이 있는데 역시 본점은 체인점과 달랐다. 수원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던 낙곱새! 원래는 웨이팅이 길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냥 바로 들어가 먹었다. 럭키다. 마침 해운대 거리에서는 이때 '해운대라꼬'라는 불빛 축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계산하고 딱 나오는 순간 거리에 영화 라붐의 주제곡 'Reality'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Dreams are my reality the only kind of real fantasy~ 그러면서 거리가 화려하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음악만으로도 어찌나 거리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던지. 우리 둘 다 여기는 애인이랑 와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뭐야 이 분위기 뭔데~ 라고 말하며 눈이 마주쳤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목록 | 금액 |
부산 숙소 예약 | 33,000원 |
카페 봄봄 | 3,500원 |
점심) 서피랑 떡볶이 | 2,500원 |
교통비 | 13,650원 |
저녁) 개미집 | 12,000원 |
간식(닭꼬치,닭강정,사이다) | 8,050원 |
2일차 총 지출 | 72,700원 |
낮에 해운대 바다 앞에서 명상하는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그렇게 바다 앞에서 명상하면 마음도 비워질 것 같고 힐링될 것 같아서 다음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하고 일찍 호텔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꽤 많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결국 새벽 일찍 바다를 보러 가지 못했다. 호텔에서 빈둥대다 체크아웃 시간에 딱 맞춰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2019.01.31
이곳은 '점례네' 라는 식당이다. 우리는 둘 다 육회비빔밥을 주문했다. 우리는 만 원짜리 육회비빔밥만 시켰건만 상다리 부러지게 나오는 저 반찬들은 대체 뭐지 싶었다. 양념게장에 된장찌개에 육전에 심지어 저 양념 불고기도 육회비빔밥 가격에 포함되어있는 반찬이다. 정말 가성비 갑. 게다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다 맛있었다. 여기는 정말 다음에 또 부산을 가도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배부르게 먹고서 간 '미포철길'. 여기도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곳으로 유명하던데 이 날 비가 와서 그런지 우리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가 와도 우리의 셔터는 멈추지 않았다.
해운대에서 버스 타고 바로 남포동으로 이동했다. 남포동은 수원역 로데오의 확장판 같았고 서울의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어피치를 사랑하는 친구가 꼭 가고 싶다던 남포동의 어피치 카페도 갔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카카오프렌즈샵이었다. 어피치 카페에서 시킨 음료는 의외로 되게 맛있었던...!
나와서 간식거리로 사 먹은 호떡. '바람난 호떡'이라는 작은 가게였다. 아마도 생크림 호떡, 인절미 호떡이었는 듯. 무슨 호떡 가게에 테이블도 있는지, 맛도 완전 맛있고 아주 반해버렸다.
남포동 거리를 쭉 따라 걸어 도착한 부평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이다. 먹거리가 많은 곳은 깡통시장이었다. 저녁은 이곳에서 대충 이것저것 사 먹으며 배 채웠다. 와규 초밥도 맛있었고 닭꼬치도 맛있었는데 어째서 오뎅이 하나에 천 원이던가요... 부산 물가는 원래 이런 것인가.
남포동에 갔던 이유 중 하나는 흑백 사진관 '그리다'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분위기도 좋고 사진사 청년도 유쾌하고 편하게 잘 이끌어줬지만 보정을 안 해서 그런가 막상 사진 결과물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추억이거니 생각하고 예쁘게 보관 중이기는 하다. 다만 사진 찍고 나오면서 발견한 저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든다. 히히.
부산역으로 다시 가야 해서 서둘러 역으로 돌아가는 도중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캘리그래피를 써서 판매하는 노점상 할아버지였다. 갑자기 '바로 너다!!!' 라고 나를 가리키며 소리치더니 나보고 캘리그라피를 하나 써주겠다는 것이었다. 분명 돈을 지불해야 될게 뻔해서 그냥 가겠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할아버지가 자꾸만 부르는 통에 그냥 몇 천원 버린다 생각해야지 하고 '이거 돈 내야되는거죠?' 라고 빈정대며 다가갔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고 쿨한 사람이라고 주고싶어서 그런거니 그냥 가져가라는거였다. 이름을 알려주니 저렇게 라임을 맞춰서 캘리그라피를 써 주셨다. 이상하고도 재밌는 할아버지였다.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감사히 받았다. 앞으로 공주처럼 살라는 건지 내가 공주 같다는 건지.
목록 | 금액 |
우산 구입 | 3,000원 |
점심) 육회비빔밥 | 11,000원 |
교통비 | 8,200원 |
간식) 바람난호떡 | 2,000원 |
남포동 그리다 사진 | 10,000원 |
깡통시장(와규초밥,어묵,닭꼬치,딸기타르트) | 11,000원 |
물품보관함 이용 | 2,000원 |
부산 → 서울 KTX | 43,900원 |
3일차 총 지출 | 91,100원 |
2박 3일 총 지출 (인 당) | 294,350원 |
숙박비 | 58,000원 |
교통비 | 108,650원 |
식비 | 82,700원 |
액티비티 | 40,000원 |
기타 | 5,000원 |
계획을 촉박하게 짠 것도 아니었지만 일정이 조금 밀려서 하마터면 부산역에서 KTX를 놓칠 뻔했다. 기차 타는 곳을 못 찾아 잠시 헤맨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차 출발하기 직전에 올라탔고 무사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럭키. 새해 첫 달 마지막에 2박 3일 동안 친구와 함께 나름 즐거운 추억 하나 쌓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올 한 해 이렇게 무탈히 편안하게만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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