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29-31] 통영/부산 여행(1)
고등학교 친구랑 이틀 전에 급하게 결정내려 가게 된 나의 첫 부산 여행.
딱히 여행갈 만한 친한 친구가 없었던 건지 나는 여태껏 부산 한번 가 보지 못했던 수도권 촌뜨기였다. 여태 알바도 해 돈도 모았고, 해외여행 가려던 게 있었는데 그게 취소돼 버려 마침 심심하던 참에 친구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친구도 나도 둘 다 부산은 처음이었고, 2박 3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부산 아닌 다른 지역도 넣자 해서 통영도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2019.01.29
버스를 타기위해 친구네 집에서 새벽같이 출발해야 했다. 버스로 수원에서 통영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인삼랜드 휴게소. 바위 위에 요염하게 앉아있는 인삼을 보고 엄청 웃었다. 인삼 줄기가 끊어졌던 건지 군데군데 샛노란 색으로 땜질한 부분이 보인다.
통영에 도착해 처음 본 통영의 바다다. 카톡으로 엄마한테 사진을 보여주자 엄마는 대부도랑 다를 바 없지 않냐며 비아냥거렸지만 내가 보기엔 규모는 작아보여도 남해는 대부도 보다 훨씬 푸른 빛이었다!
숙소를 체크인 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밥 먹기였다! 짬뽕이 유명하다는 '동피랑 짬뽕'에서 먹기로 계획한지라 숙소에서 동피랑으로 향했다. 동피랑에는 이런 벽화들이 많았다. 평일이었음에도 웨이팅을 해야 했기에 우리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서 잠깐 동피랑을 구경했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먹을 수 있었던 동파랑 짬뽕.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맛은 그저그랬다. 블로그에서 왜 그렇게 띄워주는 건지..! 굳이 통영이 아니어도 그냥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짬뽕의 맛이었다. 심지어 해산물도 우리 동네 중국집에서 더 많이 주는 듯. 나는 그래도 먹을만했지만, 친구는 맵고 맛도 별로라며 절반 이상을 남겼다.
짬뽕을 먹고 내려오는 길에 입가심으로 먹은 벨기에 와플이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중국집에서 같이 하는 와플이었던 것 같은데 상호명은 기억이 안 난다. 원래 생크림 따로 메이플시럽 따로 있는 메뉴인데, 우리가 생크림이랑 메이플 시럽이랑 다 먹고 싶은데...라고 중얼거리니 사장님이 500원 더 받고 생크림이랑 메이플 시럽 둘 다 올려주셨다. 짱 맛. 사장님은 전적으로 이 메뉴를 메뉴판에 올리셔야 합니다..!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통영 루지와 통영 케이블카였다. 둘 다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한꺼번에 이용하기가 매우 편했다. 사실 통영이 은근히 좁아서 그냥 택시 타고 다녀도 웬만해서 1만 원 안 팎인 것 같다. 우리 같은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매우 좋음!! 루지는 1번만 탈까 3번 탈까 고민하다가 이왕 온 김에 3번 타야지 않겠냐며 3번 탔다. 1회 12,000원 3회 20,000원.
사실 1번만 타면 좀 아쉽고 3번 타기엔 지치는 감이 없잖아 있다. 왜 2번은 없나요... 뭐든 중간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3번째 타니까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엉덩이에 마비가 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핸들 돌리는 힘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는지 힘 조절을 잘못해서 경로 이탈해 어느 순간 내 몸이 언덕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걸 보고는 내 뒤로 달려오던 한 커플과 내 친구가 엄청 낄낄거렸다지.
루지를 타기 위해 스카이라인을 3번이나 타서 그런지 통영 케이블카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아 역시 남해라 그런가 섬이 참 많구나~ 했던 게 전부. 섬이 많고 잔잔해서그런가 바다보다는 왠지 호수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케이블카와 미륵산에서.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쭉 올라와 미륵산에 도착했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이었다면 경치가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웠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이순신 공원이었다. 시장 가는 바다에 거북선도 있고 이순신 장군 이름을 딴 이렇게 큰 공원도 있는 걸 보니 충무공 이순신이 통영의 상징이자 자부심인 듯했다.
우리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해가 질 때까지 이 공원에 있었다. 그냥 넓은 공원인데 그 분위기랑 풍경이 너무도 좋았다. 날씨도 남쪽이라서 확실히 겨울이지만 따뜻했다. 목도리에 땀이 찰 정도;
내가 찍어준 친구의 뒷태 파노라마 샷. 마음에 든다. 히히.
이순신 공원은 넓기도 넓지만 사진 찍을 만한 포토스팟이 참 많았다. 어디서 찍어도 다 이쁘게 나왔다.
공원에서 우리와 함께 있던 관광객들이 우리 학교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니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러시아인들이었다...!! 또 그중에 내가 아는 얼굴도 있어서 엄청 신기했다. 사실 모르는 사이라 아는 척 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명찰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던 걸까 그 중 누군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민망했다.
뭔가 분위기 있는 얼굴 안 나온 사진.
해가 질 무렵에 이순신 공원에서 나와 본 빨간 등대.
이순신 공원까지는 택시 타고 갔다가 나올 땐 걸어서 나왔는데 해가 저무니까 또 다른 분위기였다. 무서웠다. 항구이고 제조업 공장들, 어선들이 많아서 그런지 조폭영화에서 나올 법한 한 장면이 연출됐다. 길에 나랑 친구뿐이어서 어찌나 무섭던지. 또 밤이 되니 추워져서 도저히 걸어 들어가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버스를 탔는데, 통영은 버스 정류장도 특이했다.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앉아있으면 벤치 뒤에 가림막이 있지 않나? 신기하게 통영의 모든 정류장들은 가림막이 도로를 가리고 있어서 벤치에 앉아있으면 어떤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중앙시장에 내려 회를 포장했다. 회를 파는 곳이 너무 많아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3만 원에 광어, 돌돔, 숭어를 준다는 곳에서 회를 샀다. 바가지 씐 게 아니었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푸짐하게 회를 먹을 수 있어서 후회는 없다. 특히 돔이 정말 정말 맛있었다! 살짝 기름지고 도톰한 식감, 생각만 해도 또 먹고 싶다. 회만 먹긴 그래서 아무 데나 들어가 충무김밥 1인분을 포장했는데 정말 별로였다. 사실 충무김밥이 이런 건지 몰랐는데 진짜 실망 그 자체. 이런 걸 오천 원 씩이나 받고 팔다니... 거의 다 남긴 것 같다. 통영을 가면 충무김밥과 꿀빵 가게가 길 따라 쭉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꿀빵은 시식으로 주는 걸 몇 개 먹다 보니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았고, 충무김밥은 우리가 똥 밟은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별로였다. 그 돈으로 다른걸 더 사 먹는 게 나았을 듯하다.
목록 | 금액 |
수원 → 통영 버스 | 30,000원 |
숙소 예약 | 25,000원 |
교통비 | 12,900원 |
동피랑 짬뽕 | 10,000원 |
와플 | 3,500원 |
통영 루지 | 20,000원 |
통영 케이블카 | 10,000원 |
저녁(회,초장,충무김밥,사이다) | 19,150원 |
1일차 총 지출 | 130,55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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