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Hey, Judy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Hey, Judy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Hey, Judy

일상 기록 저장소

[연극] 창작산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부

  • 2017.03.10 19:40
  • Art & Culture/공연,전시
글 작성자: _Judy
반응형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7시간의 대장정!! 배우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러시아의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명색이 러시아어 전공인데 한번쯤은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하고 책을 펼쳐들었지만 어마무시한 분량과 외우기 버거운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곧바로 책을 덮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대중들 앞에 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각 1부, 2부 3시간 30분씩 총 7시간의 연극이라니!!!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2017년 3월 4일부터 3월 19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 분야 우수작품제작 지원에 선정된 연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연극성의 확대를 통하여 인간 영혼에 울림을 주는 연극의 본질, 곧 인류 보편적 정신을 담을 수 있는 작품 창조에 초점을 맞춘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를 주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죄와벌>을 이어서 선보이는 그 3번째 작품이라고한다. 인간 군상의 본성, 죽음과 삶 그리고 신과 같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러닝타임이나 연출도 뮤지컬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지만, 캐스팅도 정말 최고다. 정동환, 김태훈, 박윤희, 지현준, 이기돈, 이다일, 정수영, 이승비 등 다들 연극계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들이셨다. 사실 나는 연극을 접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연출가나 배우분들의 이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하지만, 정동환 배우님은 TV에서도 익히 봬온 얼굴이라 익숙했다. 정동환 배우님이 1인 4역을 연기하시는데 정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관극 후에 배우님 나이를 검색해 보고는 더 놀랐다. 69세, 연극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다.




처형 위기에 놓여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극적으로 죽음을 모면하고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소개하는 장면으로부터 극은 시작된다. 제목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것처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게 벌어진 얽히고 섥힌 재산문제와 치정극, 살인사건이 펼쳐진다. 평생을 방탕하게 살아오고 돈에 대한 탐욕이 끊임 없는 호색한 아버지 '표도르'. 그에게는 세 명의 자식과 다른 한 명의 사생아가 있다. 첫째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는 그의 아버지를 닮은 호색한이다. 그의 아버지와 그루센카라는 한 여인을 두고 연적의 관계에 있다. 둘째 이반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는 지적이고 냉소적이지만 이성에 너무나 사로잡힌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섬망증에 걸려 미쳐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반은 형 드미뜨리의 약혼녀 카체레나를 사랑하지만 이를 숨기고 있다. 셋째 알료샤, 이 가족들 중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조사마 장로를 섬기며 그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다. 모든 갈등의 해결이 그를 통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하인으로 이 집에 몸을 담고 있는 스메르쟈코프, 사실 그는 표도르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지만 표도르를 비롯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는 비열하고 교활하며 카라마조프가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있는 인물이다.


워낙에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니 전체적인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러닝타임이 긴 연극이기도 하면서 내가 본 연극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큰 극이다. 사실 이 연극을 보기까지 무척 망설였다. 7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연극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닌데도 과연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앞선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생각보다 나는 내용을 잘 이해했고 재미있게 관극했다. 어려운 고전을 이해가기 쉽게 압축해 낸 각색과 연출의 덕분이다.




1부는 사실 상황을 설명하는 요소들의 비중이 크다.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의 독백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내내 흥미롭게 봤다. 1, 2부 각각 인상깊었던 장면들, 인상깊다 못해 내 뇌리에 확 박힌 장면들이 꽤 있다.

모두가 1부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대심문관 장면이다. 이반이 쓴 서사시의 내용 중 대심문관이 예수를 심문하는 장면. 별다른 연출 없이 정동환 배우가 20분간을 혼자서 독백한다. 무대 중앙도 아닌 구석에서의 독백인데도 불구하고 대극장을 홀로 가득 메운다. 그 방대한 대사를 모두 외워 연기하는 정동환 배우도 무척 대단했지만, 그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 들으면서 그 대사를 써낸 도스토예프스키가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것을 실감했다. 생각에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탄생한 대사같았다. 그 당시 러시아 시대상황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대체 무엇에 절망하고 이런 파격적인 글을 썼을까 싶다. 그리스 정교국가인 러시아에서 당시에 이렇게 종교에 대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흔한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나 예수에게 '내일 너를 화형에 처하겠다' 라고 말한 대목은 당시 기독교인들의 엄청난 분노를 사지 않았을까.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사실 기독교신자라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기독교신자이기에 더욱 가질수 있는 종교에 대한 엄청난 고뇌와 회의가 이 작품에서 '이반'이라는 인물을 통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같다. 다만 너무 긴 대사, 그것도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의 대사에 집중이 흐려질때가 있었다. 오로지 대사만이 아닌 다양한 연출과 함께 이 부분을 나타내도 좋았을것 같다.

1부 막바지에서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가 나눈 대화의 연출도 좋았다. 작은 조명 하나에 의지해 대화를 주고 받고 대화를 주고받음과 함께 작은 조명도 그들을 따라 주고받아진다. 극의 긴장감이 정말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이 부분에서 스메르자코프가 얼마나 교활하고 악마같은 사람인지를 톡톡히 보여주는데, 스메르자코프역 배우의 아이같은 목소리도 한 몫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2부가 1부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극의 흐름도 그렇고,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말이다. 2부는 그냥 나에게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굳이 꼽아보자면 드미트리와 그루센카가 재회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과 식객의 등장장면, 섬망증으로 미쳐버린 이반의 독백, 스메르자코프와 이반의 대화다.

그 중에서도 스메르자코프와 이반이 마주 앉아서 하는 대화가 특히나 인상깊었다. 거울 앞에서 작은의자와 큰의자로 연출을 하고 두 사람의 몸짓을 닮게 함으로써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사상적 사생아임을 암시한다. 이반 내면의 본성과 추악한 것들을 끄집어내고 이에 비수를 꽂는 스메르자코프. 아마도 이것은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추악한 것들,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이 아닐까. 극중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에게 하는 말이다.

" 나는 네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너야."

" 한마리 독사가 다른 한 마리 독사를 잡아 먹는 거야. 결국 두 놈다 그 길 밖에 없는 거야."

극의 초반부터 느꼈던거지만 가면 갈수록 이반역의 지현준 배우님의 매력에 푹 빠지게됐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다. 이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연극은 안무와 배우 움직임으로 텍스트를 해석한 '시어터 댄스'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이 춤을 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몸을 대단히 많이 사용한다. 이반역의 지현준 배우님과 스메르자코프역의 이기돈 배우님이 거의 반 나체의 상태로 무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대사를 전달하는 장면이 있는데, 몸의 움직임만으로도 섬뜩하고 비극적인 느낌이 전해지는것만 같았다. 거기에 배우들이 연기가 더해지니 더 몰입이 됐다. 사람의 몸도 정말 예술이 될 수 있구나를 느끼게한 순간이었달까.

2부는 3시간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은 마무리가 되고 도스토예프스키역의 정동환 배우님이 다시 등장해 극을 마무리한다. 이 때의 대사가 정말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아 어디에 적어두고 싶었을 정도다. 기억나는건 신께서는 여러분의 곁에도 알료샤와 같은 인물을 곳곳에 심어놓았다는 것을 잊지말라는 대목이다. 인간의 삶이 이런 비극 투성이고 인간의 본성은 욕망과 탐욕의 덩어리일지라도 우리는 사랑과 용서를 통해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이 연극은 거울을 연출 장치로 사용하는데 나는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거울은 원래 본질을 보여준다거나, 일그러진 잔상을 보여준다거나, 그럴 때 공연에서 주로 쓰는 것으로 알고있다. 거울이 이렇게도 좋은 연출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전반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본 연극이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원작과 인물에 대한 설명 부분이 너무 많아 지루한 부분은 없잖아 있다. 자세하면 좋긴 하다만 굳이 이런것 까지 이렇게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나싶다. 또 굳이 대사가 이렇게 길고 어려울 필요가 있었나 하는 것들?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를 보여주기 위해 단어 선택이나 문장 구성들을 일부러 더 철학적이고 심오하게 설정한 것 같은데 좀 더 간결하게해서 오히려 전달력을 높였으면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노래를 한다. 이게 뮤지컬인가 연극인가, 되게 애매해진다. 배우들의 노래를 넣고 싶으면 아예 뮤지컬 배우를 쓰거나 그런 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는 상당히 아쉽다. 내가 온전히 그 노래를 즐긴다기 보다는 오히려 흐름이 깨지는 느낌이다. 배우들이 벅차하는게 관객인 나한테까지 전해졌다. 또 아무래도 7시간의 긴 연극이다보니 배우들이 대사를 저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나. 배우들의 대사실수도 상당히 눈에 띄였다. 물론 이런것이 연극의 묘미이긴 하지만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고도 도전적인 시도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
그만큼 우리나라 연극계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아, 극장을 나오면서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기념품인 창작산실 노트와 볼펜도 받았다. 기분이 좋다. 후기 끝 :)









반응형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Art & Culture > 공연,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오캐롤:: 온 몸이 들썩들썩!!  (0) 2017.03.26
[연극] 국립극단, 메디아:: 헬리오스의 수레마차는 어디갔나  (0) 2017.03.19
[전시] 예술의전당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展  (0) 2017.03.02
[연극] 위저드베이커리:: 선택과 책임  (3) 2017.02.12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0) 2017.02.07

댓글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뮤지컬] 오캐롤:: 온 몸이 들썩들썩!!

    [뮤지컬] 오캐롤:: 온 몸이 들썩들썩!!

    2017.03.26
  • [연극] 국립극단, 메디아:: 헬리오스의 수레마차는 어디갔나

    [연극] 국립극단, 메디아:: 헬리오스의 수레마차는 어디갔나

    2017.03.19
  • [전시] 예술의전당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展

    [전시] 예술의전당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展

    2017.03.02
  • [연극] 위저드베이커리:: 선택과 책임

    [연극] 위저드베이커리:: 선택과 책임

    2017.02.12
다른 글 더 둘러보기

정보

Hey, Judy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Hey, Judy

  • Hey, Judy의 첫 페이지로 이동

카테고리

  • 분류 전체보기 (404)
    • It's me! (144)
      • 일상다반사 (111)
      • 느낌이좋은 (23)
      • 글쓰기연습 (10)
    • Art & Culture (110)
      • 책 (31)
      • 영화 (59)
      • TV (10)
      • 공연,전시 (10)
    • Studying (95)
      • 영어 (5)
      • 러시아어 (59)
      • 대학과제 (23)
      • 뉴스기사 (8)

메뉴

  • ✈러시아 어학연수 이야기✈
  • ✏러시아어 기초단어✏
  • 👉프로미스나인(fromis_9)👈

검색

최근 글

정보

_Judy의 Hey, Judy

Hey, Judy

_Judy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네이버 이웃 맺기
  • RSS 피드

방문자

  • 전체 방문자
  • 오늘
  • 어제

티스토리

  • 티스토리 홈
  • 이 블로그 관리하기
  • 글쓰기
Powered by Tistory / Kakao. © _Judy.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