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창작산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7시간의 대장정!! 배우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러시아의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명색이 러시아어 전공인데 한번쯤은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하고 책을 펼쳐들었지만 어마무시한 분량과 외우기 버거운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곧바로 책을 덮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대중들 앞에 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각 1부, 2부 3시간 30분씩 총 7시간의 연극이라니!!!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2017년 3월 4일부터 3월 19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 분야 우수작품제작 지원에 선정된 연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연극성의 확대를 통하여 인간 영혼에 울림을 주는 연극의 본질, 곧 인류 보편적 정신을 담을 수 있는 작품 창조에 초점을 맞춘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를 주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죄와벌>을 이어서 선보이는 그 3번째 작품이라고한다. 인간 군상의 본성, 죽음과 삶 그리고 신과 같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러닝타임이나 연출도 뮤지컬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지만, 캐스팅도 정말 최고다. 정동환, 김태훈, 박윤희, 지현준, 이기돈, 이다일, 정수영, 이승비 등 다들 연극계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들이셨다. 사실 나는 연극을 접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연출가나 배우분들의 이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하지만, 정동환 배우님은 TV에서도 익히 봬온 얼굴이라 익숙했다. 정동환 배우님이 1인 4역을 연기하시는데 정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관극 후에 배우님 나이를 검색해 보고는 더 놀랐다. 69세, 연극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다.
처형 위기에 놓여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극적으로 죽음을 모면하고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소개하는 장면으로부터 극은 시작된다. 제목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인것처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게 벌어진 얽히고 섥힌 재산문제와 치정극, 살인사건이 펼쳐진다. 평생을 방탕하게 살아오고 돈에 대한 탐욕이 끊임 없는 호색한 아버지 '표도르'. 그에게는 세 명의 자식과 다른 한 명의 사생아가 있다. 첫째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는 그의 아버지를 닮은 호색한이다. 그의 아버지와 그루센카라는 한 여인을 두고 연적의 관계에 있다. 둘째 이반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는 지적이고 냉소적이지만 이성에 너무나 사로잡힌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섬망증에 걸려 미쳐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반은 형 드미뜨리의 약혼녀 카체레나를 사랑하지만 이를 숨기고 있다. 셋째 알료샤, 이 가족들 중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조사마 장로를 섬기며 그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다. 모든 갈등의 해결이 그를 통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하인으로 이 집에 몸을 담고 있는 스메르쟈코프, 사실 그는 표도르가 밖에서 낳은 사생아지만 표도르를 비롯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는 비열하고 교활하며 카라마조프가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있는 인물이다.
워낙에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니 전체적인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러닝타임이 긴 연극이기도 하면서 내가 본 연극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큰 극이다. 사실 이 연극을 보기까지 무척 망설였다. 7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연극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닌데도 과연 재밌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앞선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생각보다 나는 내용을 잘 이해했고 재미있게 관극했다. 어려운 고전을 이해가기 쉽게 압축해 낸 각색과 연출의 덕분이다.
2부는 3시간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은 마무리가 되고 도스토예프스키역의 정동환 배우님이 다시 등장해 극을 마무리한다. 이 때의 대사가 정말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아 어디에 적어두고 싶었을 정도다. 기억나는건 신께서는 여러분의 곁에도 알료샤와 같은 인물을 곳곳에 심어놓았다는 것을 잊지말라는 대목이다. 인간의 삶이 이런 비극 투성이고 인간의 본성은 욕망과 탐욕의 덩어리일지라도 우리는 사랑과 용서를 통해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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