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위저드베이커리:: 선택과 책임
[연극] 위저드베이커리:: 모든 선택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른다
7,8년 전에 <위저드베이커리> 라는 청소년 소설이 무척 재미있어 두세번 정도 반복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고작 중1정도 였던 내게 '마법의 빵'이라는 소설의 독특한 소재와 사연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특히 결말을 두 부분으로 나누던 소설의 구성이 그 당시 내게 꽤나 인상깊었는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청소년기에 애정했던 소설인 만큼 이 소설을 원작으로한 연극 '위저드베이커리'도 정말 기대가 되었다.
연극의 한장면, 한장면이 지나갈때 마다 어렴풋하던 소설속 장면들이 점점 또렷해졌다. 싫어하는 사람의 괄약근을 한바탕 뒤집어 놓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짝사랑 하는 상대의 마음이 오롯이 나만을 향하게 만들어주는 '체인 월넛 프레첼' 그리고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타임 리와인더' 등의 위저드베이커리의 대표 빵들. 어릴 적 그 책을 읽으며 우리집 근처에도 이런 빵집이 있었으면, 정말로 이런 빵들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땐 그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에만 그쳤지만, 성인이 되어서 다시 보는 위저드베이커리는 내게 또다른 교훈을 안겨주었다.
모든 선택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른다는 말, 귀 따갑도록 들었을지도 모르는 옛말이다.
최근에는 엄마한테서 많이 듣곤 한다. '너는 이제 성인이니까 엄만 더이상 네 일에 간섭하지 않을거야. 이제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돼.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 그렇지만 네가 한 선택엔 전적으로 너가 책임을 져야하는거야.'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엄마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관여아닌 관여를 하고 있고, 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왜 그렇게 내게 책임을 강조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얼마나 더 자립적인 인간으로 키우려 하는건지 라는 생각 뿐.
연극에도 '선택'과 '책임'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하루하루 우리는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하다 못해 수업을 듣고 밥 한끼를 먹을 때도. 연극을 보면서, 내가 하는 그 선택에 있어서 과연 나는 얼마나 신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어린애같은 면모가 많은것 같다. 내가 한 선택이기에 책임도 분명 내 몫인 거늘, 선택은 쉬우면서 책임은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 이게 여전히 나를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린아이도 아니면서 아직도 바보같이 내가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책임을 미루고, 그 결과는 항상 후회로 나타난다. 아니면 남탓을 하기 일쑤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를 구매했던 여고생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점장 탓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을까.
출처 - http://blog.naver.com/tjalswjd/220889498647
배우들의 열연도 대단했다. 특히 배선생 역을 맡으신 김경연 배우님과 소년 역의 최준화 배우님이 함께 하는 장면 장면은 소름이 돋았다. 파랑새 역할을 맡으신 김지연 배우님!! 프로필 사진은 성숙미 가득한데 극중에서는 정말 풋풋미 가득한 고등학생 같았다. 엄청 귀여웠다. 그리고 멀티분도 중간중간 깨알같은 최순실과 현 정치 풍자를 해주셔서 빵빵 터졌다. 1인 몇역이신건지 정말 열연을 펼치셨다.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지만 상당히 선정적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니 어린친구들을 데리고 관람하실 학부모님들은 이 점을 좀 유의 해 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의 뺨을 때리고 욕설하는 장면이나 성폭력을 묘사하는 부분들 같은 경우, 13세 이상 관람가능한 연극이지만 실제로 이보다 어린듯한 아이들도 많이 보였는데 아마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듯 싶다. 그만큼 배우분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말이겠지만 나도 많이 섬뜩했다. 극 중 무희가 하는 말 중 '오빠가 내 치마 속에 손을 넣었잖아. 팬티를 끌어내렸잖아. 만졌잖아. 조물딱 조물딱 떡 주무르듯이 만지고 쳐댔잖아. 그리고 넣었잖아!!!' 라는 부분은 나 또한 적잖이 충격을 받아 어린친구들의 눈치를 봤다.
어른과 아이 누구 할 것 없이, 선택과 책임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고민거리이다. 그나마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라는 변명이 통한다해도 성인이 된 나는 그런 변명할 거리조차 없다. 어떤 책임이든 내 선택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하며 당당하게 선택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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