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용산구청 기획공연으로 무료로 관람한
'체홉, 여자를 읽다 (부제 : 파우치 속의 욕망)'
용산구민은 아니지만
저번에 관람한 체홉의 '갈매기' 연극을 무척 인상깊게 본 터라
무료관람 소식을 듣자마자 용산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가정이 있는 여자들의 사랑이야기, 한마디로 말해 불륜이다.
소재가 이렇다보니 그런걸까 아무래도
관람객들도 30~50대의 여성이 주를 이뤘다.
나와있듯이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다.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
4개의 에피소드가 각자 단편적인 구성을 이룰줄 알았는데
나름대로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존재해
네 가지의 에피소드가 따로 논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1800년대는 우리나라도 그랬겠지만,
극에서 러시아도 무척이나 가부장 중심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대개 이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이 일어난다.
여자의 욕망이 표출되는 다른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두 번째 에피소드 나의 아내들은
오히려 남편의 욕망 표출을 보여준다.
이런저런 이유로 7명의 아내를 살해하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라울.
남편과의 갈등, 심리적 변화로 인해
가정에서의 일탈처럼 소심한 욕망을 표출하는 여자들에 비해
라울의 욕망 표출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포악하다.
뭔가 여자들이 이해가 가는 건 왜일까.
난 가정이 있지도 않고 이들에 비해 너무나도 어리고
불륜이라는게 대개 통상적이지 않고 비도덕적인 것이지만
일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 이해는 갔다.
원래 공연은 누군가와 함께 보고
감상을 나누는 재미가 있는데, 혼자 봐서 그럴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걸 보고 무얼 느꼈을까 궁금해서
공연이 끝난 후 로비 의자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들었다.
주부들 무리가 와서 하는 말
"뭐야 결국엔 다 헤어진거 아냐? 해피엔딩인건지 아닌건지
그래도 뭔가 후련함은 있네. 나같으면 도망 못쳐. "
교복 입은 학생들이 하는 말
" 나는 두번째 에피소드가 제일 웃기더라. 그 사람은 싸이코야 뭐야. 낄낄. "
역시 자극적인 소재에 열광하는 젊은 친구들.
예술계 대학생들의 이야기
" 구성에 영감을 받은게 참 많아.
처음에 호기심을 유발하고 에피소드를 보여준 뒤
마지막에 처음과 같은 형식으로 마무리 짓는게 참 좋은거 같아."
구성적인 면을 인상깊게 본 아마도 연극과 학생들?
나는 같이 온 사람이 없어서
감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그럴 사람이 없었다...
같은 연극을 보고도 느끼는게 제각각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를
또 다시 느끼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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