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노다르 이야기] 6. 겔렌지크(Геленджик) 소풍
[크라스노다르 이야기]
6. 겔렌지크(Геленджик) 소풍
9월 18일! 그러니까 크라스노다르에 도착한 지 2주쯤 되어서 학교에서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겔렌지크(Геленджик)라는 곳으로 소풍을 갔다. 이런 엑스쿠르씨야 프로그램이 있다고 사전에 들은 적이 없던지라 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고 들떴다. 하긴 이때는 뭘 해도 다 설렜던 시기였다.
아침 일찍 모여 대형 버스를 대절해서 가니 중고등학교때 갔던 소풍 느낌 낭낭. 그런데 역시 러시아는 러시아였다. 무슨 소풍을 4시간이나 걸려서 간담. 무려 왕복 8시간이었다. 왕복시간 8시간에 활동시간이 4시간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겔렌지크 가는 길에 어느 목장을 지나면서 창 밖에 무지개가 떴길래 찍었다. 저렇게 선명하고 정확히 반원을 그리는 무지개는 처음 본다. 이 사진보다도 훨씬 더 뚜렷한 무지개였다🌈
중간에 잠깐 내려서 쉬는 중에 발견한 멍멍이
공복에 버스를 오래 탔더니 멀미하는 줄 알았다.
드디어 도착한 겔렌지크!
위키백과에 따르면 겔렌지크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방에 위치한 휴양 도시로 흑해의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라고 한다. 소치와 더불어 러시아 사람들이 휴양하러 많이 가는 도시라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냥 바다가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크게 구경할 만한 것들은 없는 것 같아서 왕복 8시간이나 걸려서 갈 만한 곳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러시아인들은 날씨 좋고, 러시아에서 흔치 않는 바다가 있는 곳이니 휴양하러 오겠지만, 어쨌거나 외국인을 위한 관광지는 아니었다,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 비가 곧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였다. 돌아다니면서 날씨만 좋았었더라면, 차라리 여기 말고 소치를 가지, 하면서 모두들 볼멘소리를 했다. 선생님의 가이드를 들으며 대충 겔렌지크를 한 바퀴 훑어보고, 점심을 먹은 후, 우리끼리 자유시간을 가졌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서 자유시간에도 해변가 거닐기 말고는 할 게 별로 없었다.
옆에서 결혼식을 하고 있길래 그냥 찍었다. 이런 결혼식 분위기 너무 좋다. 느긋하고, 따뜻하고, 평안해 보이는 모습이랄까. 우리나라 결혼식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동상콜렉터인 나는 이 날도 어김없이 동상을 찍었다. 웃긴 건 뭔지도 모르는 저런 동상은 찍어놓고 겔렌지크를 대표하는(?) 동상은 안 찍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동상이다. 하얀 신부 동상이라고 한다.
아마도 겔렌지크를 대표하는 동상일 거다. 내가 사 온 마그닛에도 이 신부 동상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맞겠지.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고 밥 먹으러 갔다. 다들 같은 기숙사층을 쓰던 친구들이다.
오랜만에 사진으로라도 얼굴 보니 또 반갑다ㅎㅎ
엑스쿠르씨야 자체는 무료였지만, 학교에서 주선해준 뷔페를 이용하려면 600루블을 내야했다. 각자 식당을 가거나 싸온 도시락 같은 걸 먹어도 됐지만, 학교에서 준비한 식당이니 당연히 맛있겠지~ 하고 뷔페를 선택했다.
너무 맛이 없었다. 그냥 나도 과일이나 싸올걸하고 후회했다. 러시아 가정식 뷔페라는데, 딱히 먹을만한 게 없었다. 제일 맛있었던 게 아이스크림, 그다음에 맛있었던 게 과일, 먹을만했던 건 보르쉬 정도. 날씨부터 점심까지 뭔가 총체적으로 꼬여버린 소풍이었지만,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지 뭐.
야 류블류 겔렌지크❤
이런걸 보면 확실히 휴양지는 휴양지다.
휴양지가 주는 느낌, 가만히 있어도 편안하고 느긋해지는 그런 느낌은 참 좋았다.
소풍 왔으니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해변가도 걸었다
여기 오기 전에 바다 간다길래 '아 한국에서 수영복이라도 들고 왔어야 했나' 싶었는데 날씨도 흐리고 급 추워져서 그냥 해변만 걸었다. 이날 날씨 되게 추웠는데, 그래도 수영복만 입고 있는 사람이라던지, 벗고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에따라씨야!
이날 입은 착장은 전부 러시아에서 산 것들이었다. 원피스부터 가방, 신발까지 싹 다. 이 신발은 이 이후로 추워지면서 신지 않았더랬지.
춥다, 밥 맛없다, 볼 거 없다 툴툴거렸지만, 사진 찍어논 걸 보면 세상 행복한 표정이다😊
소치에 가보고 싶었는데 소치 대신에 이렇게나마 흑해를 보니 그래도 좋았다.
자유시간 동안에 그렇게 걸어 다니고,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기념품샵에서 마그닛이랑 귀여운 팔찌도 샀다. 이 분수 앞에서 다 같이 모여서 다시 버스 타고 대학교 기숙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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