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노다르 이야기] 5. 크라스노다르 거리/ 쇼핑몰 탐방
[크라스노다르 이야기]
5. 크라스노다르 거리/쇼핑몰 탐방
Красная улица 크라스나야 울리짜
크라스노다르에서 러시아인 친구들을 사귀고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너 크라스나야 울리짜 가봤어?" 였다. 그리고 크라스나야 울리짜는 쿠반대 버디 친구들이 가장 먼저 데려가 준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크라스노다르의 명소이자 유일한(?) 번화가. 특정 장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그냥 주소 그대로 크라스나야 울리짜 자체를 말한다. 4키로 정도 되는데, 러시아 애들은 이 거리를 그냥 막 걸어다닌다. 굴랴찌를 참 좋아하는 민족... 더 오랫동안 산책하려고 굳이 버스타고 돌아돌아 멀리까지 가서 내려서 걷자는걸 보고 식겁했을 정도.
크라스나야 울리짜는 아브로라 동상이 있는 공원에서부터 시작되어
주코바 공원의 광장, 예카테리나2세 공원까지 이어져있다.
주코바 공원과 예카테리나2세 공원 근처에서 이런 것도 볼 수 있었다. 크라스노다르가 쿠반 카자크의 고향이다 보니 카자크군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행렬 훈련 중인 카자크군의 모습을 한참 구경했다. 이 날은 샤흐노자가 크라스노다르 구경시켜 준 날이었는데, 일요일 오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했다. 이때 이 군대에 대해서도 계속 옆에서 알려줬는데,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함...😥
크라스나야 울리짜의 모습. 평소에는 이 거리에 차가 다니다가 주말만 되면 차 없는 거리가 돼서, 버스킹도 하고, 먹거리도 팔고 그런다. 토요일 저녁이 역시나 제일 핫하다.
비눗방울 불어주는 아저씨
번화가답게 스타벅스도 있다! 내 이름도 적어줌!!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청년
주말 저녁에 가면 이런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홍대와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와 비슷한 그런 느낌이지만, 사실 볼 건 크게 없었다. 간간히 거리 공연을 보거나 근처 맛집을 찾아가는 게 전부. 크라스노다르에서 놀 만한 곳이 여기뿐이어서 그런지 여기도 몇 번 가보니 금세 질렸다.
내가 찍은 울리짜 영상들. 크라스나야 울리짜에서 맨날 락하는 할아버지를 마주쳤는데, 독특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종종 구경하고 동영상도 찍고 그랬다. 유튜브에 크라스나야 울리짜 검색하면 나온다. 괜히 반갑더라는.. 꽤 유명한 할아버지인가 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저렇게 제트 마로스가 걸어 다닌다! 같이 사진 찍고 싶었지만, 돈 내야 될까 봐 멀리서 슬쩍 찍고 도망갔다. 크라스노다르에도 은근히 저런 인형탈 사기꾼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같이 굴랴찌하던 카자흐스탄 친구들이 쟤네들이랑 사진 찍고 1000루블 털리는 걸 목격했다. 저런 인형탈 말고도 말을 태워준다던지, 부엉이와 사진 찍게 해 준다던지 하는 창조경제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거의 애기들을 상대로 하는 것 같은데, 우리 같은 유색인종을 봐도 돈 떼먹으려고 반갑게 달려온다.
크라스노다르 인싸들만 간다는 펑키푸드, 갈 때마다 웨이팅이 있었던 듯.
그리고 거리의 중심에 있는 갈레리야 백화점, 아마 크라스노다르에 있는 백화점 중에 제일 무난하고 기숙사에서 접근성도 제일 괜찮은 곳이었던 듯. 블랙프라이데이 때 이곳에서 립스틱 쇼핑을 하기도 했다.
갤러리아라는 이름답게 꼭대기 층에서는 이런 그림 전시를 무료로 하고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뭔가 시간 때우기엔 좋았다.
환전할 은행을 찾아 헤매던 날씨 좋은 어느 날의 끄라스나야 울리짜
Памятник 동상
크라스노다르뿐만 아니라 그냥 러시아에는 동상이 많다. 동상과 기념비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이건 크라스나야 울리짜의 극장 앞에 있던 어느 작곡가의 동상.
러시아 친구가 재밌게 설명을 해 줘서 기억에 남는 동상이다. 이 서로 사랑하는 개 두 마리의 동상의 이름은 собачкина столица로, '개의 수도' 다. 혁명 이후에 크라스노다르엔 주인을 잃은 떠돌이 개들이 거리를 배회했고, 시인 미야코프스키가 그 광경을 보고 크라스노다르를 개의 수도에 빗대어 시를 썼다고 한다. 조각상 위에 적혀있는 시 구절이 미야코프스키가 이곳을 개의 수도라고 말하는 구절이다. 이 동상이 나름 도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로 여겨지는지, 이 모양의 크라스노다르 마그닛도 돔끄니기에서 팔고 있었다.
그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크라스노다르에는 떠돌이 개가 많다. 우리나라엔 길고양이들은 많아도, 이렇게 떠돌이 개가 많지는 않으니까, 크라스노다르에 처음 와서 이 광경을 보고 굉장히 신기해했다. 길가에 퍼져있는 개들도, 돌아다니는 개들도 정말 많고, 사람들도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떠돌이 개가 그렇게 많다는 조지아를 가서도 크라스노다르랑 다를 게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크라스노다르의 떠돌이 개들은 강아지라고 말하기엔 죄다 덩치가 크다. 가끔 덩치가 산만한 개가 쫓아오면 그건 좀 무섭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람을 참 잘 따랐다.
어느 도서관 앞에 있던 푸쉬킨 동상이다. 낮에 비둘기가 푸쉬킨 머리 위에 올라가 있어 웃겨서 찍은 사진.
이건 그냥 길 가다가 찍은 건데, 아마도 군인과 관련된 동상이겠지 싶다.
파시즘 해방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크라스노다르 해방자 기념비, 저 동상이 짓밟고 있는 게 파시스트의 깃발이라고 한다. 처음 크라스노다르에 와서 최대한 많은 동상들을 사진 찍고 정보를 기록하겠다고 했는데 실패해 버렸다. 나름 동상 콜렉터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첩에 남아있는 동상 사진은 왜 이렇게 적은 지. 가끔 심심할 때마다 사진첩의 동상 사진 보고 색칠하곤 했다.
이건 학교 바로 근처에 있는 сквер에서 찍은 사진, 대포(?) 동상.
이것도 어느 cквер에 들러서 찍은 레닌 동상.
Краснодар 1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이 날은 고랴치클류치에 가기 전에 미리 버스터미널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지 사전 답사 겸 산책 겸 해서 와본 날. 한 번 구경만 하려 해도 소지품 검사 엄청 깐깐하게 한다. 인터넷으로 해도 되는 걸 굳이 매표소까지 가서 표를 구매했는데, 정말 고생 고생 개고생을 했다. 한참을 기다려 산 표는 잘못 선택한 표였고, 그걸 환불하기까지 몇 개의 매표소를 왔다 갔다 하며 직원들의 메신저 노릇을 했는지 모른다. '1번 창구에서 이거 환불하려면 여기로 가랬어요', '4번에서 1번 창구에서 하는 게 맞다는대요?', '이번에도 4번 창구가 아니라 7번 창구로 가라고요?', '7번 창구에서 이거 환불받으려면 9번 창구로 가랬어요.' 이 짓을 내가 몇 번을 했는지 정말... 그냥 자기들끼리 얘기를 해 보면 될 것을, 자꾸 나한테 잘못된 정보 주고 서로 귀찮은 거 안 하려고 미루고... 에휴.
Церковь 교회
이곳은 오케이 마트 가는 길에 트램 타고 지나치는 교회다. 색이 예뻐서 가는 길에 항상 눈에 띄던 교회! 돌아가기 전에 한번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결국 가보진 못했다. 조지아랑 모스크바에서 교회란 교회는 다 들어가 봐서 별로 감흥이 없었던 탓일까. 러시아 교회 앞에는 꼭 церковная лавка라고 교회 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다. 3루블, 5루블, 10루블 굵기 별로 나눠서 초를 파는 게 신기했다.
이 날은 방송 스튜디오 불려 가서 인터뷰 찍었던 날, 여긴 거의 주택가였는데 크라스노다르에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동네이기도 했고, 운치 있어서 트램 안 타고 좀 걷다 보니 나온 교회다. 라프카에서 초 두 개 사서 가족의 행복과 나의 성공을 빌고 나왔다.
내가 마침 들렀을 때가 딱 예배시간이어서, 잠깐이지만 잠시 함께 했다. 저 주교(?)님이 뭐라뭐라 할 때마다 신도들이 여러 방향으로 이동했는데, 다들 그렇게 움직여서 나도 따라 하다가 뭔가 내가 신성한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얼른 빠져나왔다.
그래피티
크라스노다르에는 골목골목에 그래피티가 많다. 쿠반 카자크 민족 아니랄까봐, 대놓고 쿠반! 저 초록색이 크라스노다르의 대표 색상인가. 축구팀도 초록색이더만.
번화가보다 주택가에서 더 흔히 보였던 그래피티들
뭔가 러시아 갬성
Мост поцелуев 뽀뽀다리
경북대 친구들이랑 간 뽀뽀다리. 크라스노다르는 정말 하늘 맛집이다. 어쩜 이렇게 하늘이 예쁜지. 보정 1도 안 해도 핑크 감성 장난 아니다. 뽀뽀다리 옆으로 보이는 강이 쿠반 강이었다. 강가라서 이 날 엄청 바람 많이 불고 추웠던 것 같은데, 역시 추억은 언제나 미화되는 법인가 보다. 이 날 왜 이렇게 좋았던 것 같지.
크라스노다르 떠나기 전에, 버디들이랑 룸메와도 다시 와서 여기서 인생네컷(?) 같은 사진을 찍었다!
이 날 저녁 늦게 가서 금방 어두워졌다. 어두워지니 좀 무서웠다. 이 다리 바로 옆에 무슨 전승 공원, 유원지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어둡고 사람이 없어서 되게 황폐한 유원지 느낌이었다.
Трам 트램
거의 주된 내 교통수단이었던 트램 사진들
가끔은 트램 안에 이렇게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분이 들어와서 몇 곡 부르고 나가기도 했다. 트램 기사나 표 파시는 분들, 아무도 제지를 안 하더라. 뭔가 예술과 구걸의 중간 어디쯤. 사실 구걸이라기 보단 자기들이 더 좋아서 부르는 것 같긴 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이렇게 꼬마전구를 휘감은 반짝이는 트램으로 변신한다!
рынок 시장
시장도 이곳저곳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다. 과일, 채소만 파는 시장부터 별걸 다 파는 시장들까지.
지방에 있는 시장이라 엄청 저렴할 거라 생각했는데, 저 마트료쉬카들 생각보다 비쌌다. 그리고 안 예쁘다. 나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려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성비가 정말 별로라 사지 않았던 기억이... 기념품은 그냥 모스크바 가서 사는 게 최고!
정말 별 걸 다 팔고 있다. 저런 옷은 누가 사는 거지. 맨 오른쪽 사진은 럭키 바이크 타고 크라스노다르에서 내 최애 과일이었던 푸룬을 사들고 돌아가는 순간이다. 저거 짱 맛있음 진짜.
보통의 거리들은 이런 느낌. 지금 보니 확실히 상트나 모스크바와는 다른 느낌인 것 같다.
밤이 되면 이런 느낌, 왠지 저 건물들 사이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이 은밀하게 마약 거래하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적응되니 하나도 안 무서웠다! 강해졌다!
SBS мега малл
SBS메가몰! 우리나라의 방송사가 떠오르는 SBS... 왜 SBS인진 모르겠다. 기숙사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트램 타고 가는 방법은 없다. 마르슈르트카를 타는 수밖에 없는데, 일단 좁기도 엄청 좁고 기사님한테 직접 현금으로 동전을 줘야 하고, 무엇보다도 하차벨이 없어서 내릴 때 무조건 На остановке!!! 라고 외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잘 안 가게 되었던 쇼핑몰. 그리고 갈레리야 보다도 규모가 작다.
특징이라면 보다시피 엄청난 화려함과 아기자기함을 자랑한다는 정도?
솔직히 좀 과하다.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산만한 장식들 때문에 정신없어진다. 여기에 영화관 볼링장, 게임장 등등 놀거리는 많다. 영화 '조커'를 여기에서 봤는데, 온통 러시아어뿐이라 잠만 쿨쿨 자다 왔다. 러시아인 친구가 보여주는 영화라 옆에서 안 조는 척하느라 엄청 힘들었다...
SBS 맞은편엔 Ашан이 있다!! 오케이 마트보다도 규모가 훨씬 큰 마트다! 사진이 저 두 개뿐인데 둘 다 왜 찍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마카로니 종류가 많아서 신기했던 걸까.
OZ малл
갈레리야, SBS, OZ 이 세 복합 쇼핑몰 중에, 오즈몰이 크라스노다르에서 가장 크고 최근에 지어졌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이곳은 기숙사와도 엄청 멀리 떨어져 있다. 쿠반대 기숙사에서 거의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럼에도 온 이유는 샤흐노자가 마지막이라고 여기서 보자고 했기 때문.. 건물 모양부터 엄청 특이했다.
특징이라면 이곳은 1층 중앙에 이렇게 아이스링크장이 있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이곳에서 아이스쇼가 있었다. 나랑 샤흐노자랑 둘이 놀고, 샤흐노자네 어머니와 샤흐노자 동생도 아이스쇼를 보러 왔길래 같이 점심을 먹었다. 말이 안 통하니, 어색해 죽을뻔했다. 아무튼 저 아이스링크장은 스케이트 대여만 하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원래는 나도 가서 스케이트를 타려고 했지만, 어른은 1도 없고 애기들만 타고 있길래 그냥 친구 동생이 스케이트 타는 것만 구경했다.
저어어어엉말 크다. 우리나라의 스타필드나 코엑스가 생각나는 쇼핑몰이었다.
매장 중에 토끼라는 이름을 가진 아동복 매장이 있어 신기했다. '토끼'에는 진짜 토끼가 있었다!!
8월 안에는 크라스노다르 사진들을 다 업로드하려 했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가 않는다..
언제 다 올리지!!!! 핸드폰 용량을 사진이 다 잡아먹고 있어서
빨리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ㅠㅠ
그나저나 내가 작년에 러시아에 다녀온 게 정말 꿈같다.
뭐랄까 벌써 기억이 흐려지는 느낌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다 포스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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