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9] 24시간이 부족해, 구독인간
<구독경제 마케팅>을 쓴 존 워릴로우는 신문과 잡지의 흥망성쇠로 기존의 경제관념과 구독경제를 설명한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주류 출판업자들이 제공하는 아주 개략적이고 일반적인 정보에 만족하지 않게 됐다. 콘텐츠에 대한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컬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1년에 기껏해야 한번 겨울에나 컬링 기사를 몇 번 내보내는 신문을 읽기보다, 컬링에 특화된 다른 매체를 찾아 떠난다는 것이다.
하나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서의 구독 경제>에서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구독경제를 이끄는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의 해석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은 저성장의 장기화로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소비자로서의 욕구가 즉각 충족되는 소비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구독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결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주오라’는 경험 중심의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구독경제. 내가 구독하고 있는 건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지니뮤직, 리디셀렉트, 에버노트 정도. 이게 적은 건지 많은 건진 모르겠다. 이 정도면 나도 구독인간이라 불릴 수 있을까.
내가 구독하는 것들은 대부분 문화콘텐츠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같은 것들. 아 생각해보니, 월세도 매달 꼬박 내고 있으니 집마저도 정기 구독 중인 셈이다. 그런데 식품은 그렇다 쳐도 꽃이나 면도기, 주류, 심지어는 속옷까지 구독한다는 것은 좀 놀라운 일인 것 같다.
취미를 구독하는 것엔 요즘 좀 흥미가 생겼다. 내가 학원을 알아보고 찾아가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디지털의 세상에서 뭐든 취향껏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다. 아직은 돈이 없지만,,, 돈만 있다면 정말 뭐든 배울 의향이 있다!!
이것저것 구독하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오로지 내 것이 없다는 게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사실 여유만 있다면 책이고 영화고 다 실물로 DVD로 장만하고 싶다. 방에 책을 쌓아놓고, 한 달에 몇 개씩 음원파일을 신중히 골라 다운받고, 외장하드 속 영화파일들을 애지중지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제품을 소유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방식이라니. 여건이 되지 못할 뿐, 그래도 나는 여전히 소유하는 쪽이 더 좋은걸.
별걸 다 구독한다고 하니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든다. 방구석에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AI 분석에 따른 취향에 맞는 친구와 애인을 구독받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한 취향이 세분화된 현대인들의 맞춤 서비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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