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누군가 내 고민을 들어준다는것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현대문학
발행 2012.12.19
예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해 놓고 최근에서야 펼쳐보게 됐다. 펼친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단 한시도 멈추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그의 작품이라면 안읽은것이 오히려 손에 꼽힐 정도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간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약간 취향이 다르다. 추리적인 향기를 풍기면서도, 이 이야기에는 살인사건도 민완형사도 없다.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뭉클한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다. 그렇다, 전작과는 확실히 다른 기적과 감동을 추리하는 추리소설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매력적이다.
옛날 나미야 성씨를 가진 할아버지가 고민상담을 하기로 더 유명했던 잡화점은 이제 오래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다. 어느날 3인조 좀도둑이 이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미야 잡화점'에서 이뤄지는 시공을 초월한 고민상담은 읽는 독자들까지도 고민내용에 푹 빠져들도록 만든다.
별것도 아닌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나미야 할아버지같은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분명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사실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내 고민을 비웃으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고, 나처럼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터놓기까지 얼마나 주저하는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생면부지인 나미야 할아버지같은 사람이 진지하게 내 고민을 듣고 정성스레 손편지로 상담내용을 적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의 짐이 나에게로 옮겨오는것 같아서 싫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누군가 내게 고민상담을 청한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일은 대개 분별력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야하는 것이지만, 누군가 어리고 미숙한 내게 고민상담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겐 보잘것 없는 나도 큰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돼서가 아닐까. 누군가 나를 의지되고, 도움될 만한 사람으로 여긴다는것은 내가 오히려 감사해야하는 일이었다.
내가 몇년째 상담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거야. - 본문 中
사실 고민상담이 고민을 듣고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만은 아니다. 선택지가 있다면 분명 마음이 더 기울어진 한쪽이 있다. 진심으로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택에 확신을 가지게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만드는것, 어쩌면 그게 진정한 고민상담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단절된 뒤에 생겨난것,
나중에 억지로 같다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아마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 본문 中
요즘들어 생긴 인간관계 문제 때문에 무엇보다도 공감이 많이 되는 구절이었다.
'Art & Culture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댓글부대>, 장강명 (0) | 2017.02.17 |
---|---|
#14 <스노우맨>, 요 네스뵈 (0) | 2017.02.14 |
#12 <할로우 시티>, 랜섬 릭스 (0) | 2017.02.03 |
#10,11 <수면 밑의 세계1,2>, 세심 (0) | 2017.02.03 |
#9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0) | 2017.02.03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15 <댓글부대>, 장강명
#15 <댓글부대>, 장강명
2017.02.17 -
#14 <스노우맨>, 요 네스뵈
#14 <스노우맨>, 요 네스뵈
2017.02.14 -
#12 <할로우 시티>, 랜섬 릭스
#12 <할로우 시티>, 랜섬 릭스
2017.02.03 -
#10,11 <수면 밑의 세계1,2>, 세심
#10,11 <수면 밑의 세계1,2>, 세심
201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