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The Housemaid, 1960
글 작성자: _J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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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The Housemaid,1960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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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1.
별 기대 안 했었는데 뜻밖에도 정말 정말 재밌게 보았다. 완전 취향저격. 1960년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었다니. 내용이 좀 막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 재밌었고 내게 상당한 신선함을 안겨줬다. 1960년 개봉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카메라 연출과 음악이었다. 피아노를 장치로 해서 만든 불협화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촌스러운 구석이 하나있다면 더빙처리된 연기톤의 목소리와 말투(?) 하지만 그마저도 되려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2.
60년 전의 꼬마 안성기는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깐족댔고, 20대의 엄앵란에게는 지금의 얼굴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풋풋함을 볼 수 있었다. 이은심은 하녀 역에 정말 잘 어울렸다. 청순하면서도 음침한... 정신병자 같기도 하고. 아마 우리나라 영화에서 손꼽히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아닐까싶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원탑이라고 생각한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캐릭터다. '여보' 라는 단어가 이은심의 입 밖에서 처음 튀어나왔을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섬뜩함이란 정말ㅋㅋㅋ
'여보'
'너 미쳤니?'
'당신..'
'당신이라고도 부르지 마!'
아 그런데 왜 나는 하녀인 이은심이 툭 튀어나올때 보다 그 집 딸래미 얼굴을 보고 더 깜짝 깜짝 놀랐던걸까. 딸래미 얼굴이 하녀 보다 더 무서웠던건 함정.
3.
보수적이라고 여겼던 1960년대 당시 사회의 인물이 생각했던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좀 놀랐다. 당연히 그 시대엔 가부장적일것 같던 남편이자 아버지인 주인공이 일에 찌든 아내의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주는가 하면 또 그런 아내 대신 부엌에 가 아이들과 함께 카레를 만들어 아내에게 먹여주기까지한다. 무려 약 60년 전에!! 한편 아내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재봉일을 하며 거의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다시피 하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참 의외였다. 주인공 남편이 물론 하녀와 외도를 저지르기는 한다. 그래도 남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내만을 사랑하고 하녀와 저지른 하룻밤의 불장난을 계속 후회하고 반성한다. 아내에게 하는 말들을 보면 60년대의 로맨티스트가 따로 없을 정도다. 영화 속에 드러나는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그와 상반되게 무력한 남성의 이미지는 김기영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한다. 하녀 또한 거의 미친 사람처럼 나오기는 하지만 주체적인 여성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 시대에 그렇게 성적욕구를 온 몸으로 표출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아마도 어마어마한 충격을 불러일으켰겠지 싶다.
4.
이은심의 하녀 역도 정말 독보적이고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였지만 영화의 엔딩 또한 압권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게 스릴러였는지 다큐였는지 코미디였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마무리 된다. 영화가 너무 충격적이라 이런 엔딩을 넣었다는데, 이런 맛에 고전을 보는 걸까. 옛스러운 느낌 물씬 나던 영화 오프닝의 '김기영푸로덕슌' 자막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5.
아트하우스 김기영관 기념품으로 이렇게 스티커와 영화 하녀가 그려진 성냥을 받았다. 성냥을 어디에 어떻게 쓸진 모르겠지만 (아마 쓸 일은 없을 듯 하다) 그래도 이런 굿즈 받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이래저래 내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영화, 하녀(1960).
기록
2018.11.21 수요일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
(김기영 마스터피스 특별전)
19:30 ~ 21:28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좋아하는 영화를 2번, 3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그 영화에 대한
평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프랑수아 롤랑 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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