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뿌쉬낀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뿌쉬낀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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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2016년에 읽으려고 사 놓고, 4년이 흐른 이제서야 읽게 된 대위의 딸. 이 마저도 수업시간에 다루는 책이라 읽고 가야만 해서 읽은 책이다. 확실히 러시아 고전들은 가지고 있어도 잘 안 읽히는 그런게 있다. 먼저 손이 잘 안 간다. 1장만 몇 번을 읽다가 때려쳤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되게 재밌어서 놀랐다. 그동안 난 이 책을 왜 못 읽고 있었던거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가만보면 러시아 여성은 남자들만큼이나 강하다. 힘도 세고, 억척스럽고, 목소리 크고, 생활력 강한 이미지이다. 러시아 우스겟소리로 러시아의 3대 명품은 AK총, 보드카, 여자이고, 3대 불량품은 날씨, 도로, 그리고 남자라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러시아를 술독에 빠진 남편들 대신 강인한 생활력의 아내들이 일으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러시아 문학 텍스트 속에서도 종종 무능력하고 찌질한 남성들,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미지가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이에 관해 재밌는 블로그 글을 발견했다. 강인한 여성들의 표본이라고 하는 러시아 여성들이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에서의 양등평등이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흥미롭다.
https://blog.naver.com/kinmasters/221816243693
작품 속 <푸가초프의 참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은 러시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농민반란 중 하나였다. 실제 사건을 이렇게 다시 재구성했다는 점이 재밌다. 러시아에서는 참칭의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났다. 이 푸가초프의 난도 그렇고, 그 이전 17세기에는 3명의 가짜 드미트리 사건도 있었다. 이건 사라진 이반 4세의 아들 드미트리를 참칭한 사건인데, 이 중 첫번째 가짜 드미트리는 차르에 재위해 1여년간 직접 통치를 하기도 했다. 정말 엽기적인 사건이 아닌가! 그리고 로마노프 왕조가 몰락하면서 있었던, 니콜라이 2세의 막내딸 아나스타샤의 참칭도 굉장히 유명한 일화다. 애나 앤더슨을 비롯한 여러 여성들이 자신이 살아남은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다. 애나 앤더슨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아나스타샤라고 우겼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까지 받았지만, 끝내 그녀는 아나스타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문학 텍스트 속에서도 참칭의 소재는 심심치 않게 드러난다. 고골의 <검찰관>에서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검찰관이라는 고위관리를 사칭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러시아는 사기의 나라인건가 의문이 든다. 역사상 이렇게 참칭의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그게 또 실제로 영향력을 미치며 역사 속에서 의의를 갖게 된 나라는 아마 러시아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말도 안 되는 사기극을 믿어주는 러시아 국민들이 순진한 건지, 아니면 그렇게 속이는 이 사기꾼들이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참칭의 사건들은 대개 역사 속의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격동기에 일어났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틈에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이들과 혼란스러웠기에 보이는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던 러시아 국민들이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다 너무하는 엽기적인 사건들이긴 한다. 라교수님이 이런 참칭 소재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면 일리야 일프의 '열두 개의 의자'라는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해 주셨다.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지.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09070263441
기록
2020년 4월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 소크라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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