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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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이 책을 고른 건 장강명 작가의 전작이었던 표백과 댓글부대를 재밌게 읽었기 때문인데 솔직히 그 전작들보다 재미는 없다. 주제는 흥미롭지만 굉장히 루즈하달까.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결말이 어떻게 될지가 그래도 궁금했기 때문.
소설의 주제는 영화화를 해도 될 것처럼 흥미진진했는데, 사실 영화로 만들기엔 스토리라인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이 방대한 내용을 책 한 권으로 끝내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북한이라는 곳과, 통일 이후에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는 많은 사회적 문제점들에 대해 정말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를 한 것들이 느껴졌다. 역시 르포작가다 싶다.
제대를 한 장교가 인력부족으로 북한으로 강제징집이 되거나, 북한 대학생들이 남한으로 교환학생, 인턴을 가는 것.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을 예전 외국인 노동자 취급하고, 북한 여자들을 이용해 몸캠 사업을 벌이는 것과 같이 남한과 북한 사람들 사이에 생긴 보이지 않는 벽과 계급, 그리고 묘한 갈등의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장황하게 서술된 액션신이 마치 장르소설을 읽는 느낌을 들게 했고, 로봇 마냥 세상 강한 주인공 장리철은 어릴 때 읽던 판타지 소설의 먼치킨형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통일 이후의 꽤나 그럴듯한 세계 속 너무 비현실적인 주인공이라고 느껴진다. 오히려 일반인인 은명화나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건에 휘말리도록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튼 장리철이 내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특히 아쉽게 느껴졌다.
전쟁을 하는 것보다도 못한 세상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통일은 해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책. 책을 읽기 전에도 통일은 아직 너무나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통일은 아니다.
책을 덮고서 지금 전세계가 맞닥뜨린 코로나 사태로 체제가 불안한 북한이 무너지는 상상을 해 보았다.
수많은 북한 인민들이 죽어나가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김씨 왕조를 위협한다...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던 김정은은 이로 인해 사망하고... 국가기반이 흔들린 북한은 그럴싸한 정부를 새로 세우지 못해 결국 대한민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북한은 무기력하게 한순간에 붕괴되었고, 현 문재인 정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화'와 '한민족'을 강조하며 통일을 강행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화만 부를 뿐이었는데...
뭔가 그럴듯하지 않은가하면서도 어이없는 상상이라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이 책대로 될까봐 무섭다. 그건 정말 재앙이다.
기록
프롤로그
남한 정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지만, 갑작스러운 통일은 모두에게 재앙’이라고 남북 국민들을 설득했다. 남한 정부는 ‘전면적이면서도 점진적인 통합 과정을 걸쳐 최종적으로 분계선을 없애고 완전 개방의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김씨 왕조 시절의 북한은 불량 국가, 막장 국가였다. 김씨 왕조가 붕괴된 뒤 북한은 좀비 국가가 되었다. 국가라는 탈을 간신히 쓴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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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십쇼. 요즘 남한 젊은이들은 ‘이러느니 차라리 북한과 전쟁을 벌였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을 공공연히 합니다. 인터넷 게시판 같은 데서 ‘전쟁터에서는 앞에 있는 적만 살피면 되는데, 평화유지군에 가면 사방에 숨은 적을 신경 써야 한다’고 불평합니다. 전쟁을 했더라면 섬멸전이 벌어졌을 거 아닙니까. 그렇게 북한을 완전히 불 지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나았을 것 같지 않습니까? 무력통일을 하든, 아니면 남한 입맛에 맞는 괴뢰정부를 세우든, 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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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꼭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시켰죠. 1965년에 싱가포르 주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어요. 싱가포르는 원치 않은 독립이었고, 분리 당시에도 심지어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지만, 그렇게 갈라선 결과는 말레이시아에도 싱가포르에도 좋았어요. 한 나라로 있었다면 인구의 대부분인 말레이계가 싱가포르 화교 자본에 종속된 채로 중산층이 되지 못한 채 살았어야 했을 거예요. 말레이계와 화교 사이 갈등도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을 거고요. 두 나라로 떨어뜨려놓고 나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똘똘 뭉쳐서 선진국이 되었고, 말레이시아도 싱가포르 없이 자기 힘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어요.”
“한국도 북한과 갈라서야 한다는 건가요?” 민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십 년 뒤에 막대한 경제 효과를 낼 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예요. 어느 편이 더 수익이 높을지는 모르는 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십 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작가의 말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배경이 되는 설정에 대해 몇몇 북한 전문가들에게 “이 정도면 가장 이상적인 급변 사태 시나리오라고 봐도 되느냐”고 여쭸습니다. 어떤 분은 “그렇다”고 단언하셨고, 어떤 분은 “이상적인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소설 속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해 저는 프롤로그에서 이 설정을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던 시나리오’라고 썼습니다.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 소크라테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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