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노다르 이야기] 2. 쿠반국립대에서 생활하기(2)
[크라스노다르 이야기]
2. 쿠반국립대에서 생활하기(2)
4. 학교 식당
쿠반대학교에는 столовая와 буфет이 있다. столовая는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쿠반대 버디 친구들이 맛없다고 했다. 사진의 장소가 буфет이다. 저곳 말고도 학교 내에 몇 군데 더 있었다. 주로 샐러드와 빵 위주인데 저렇게 급식을 받는 것처럼 쟁반을 들고 자기가 원하는 걸 말하면 그릇에 담아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계산을 하는데, only 현금 결제다. 그 부분에서 시간이 다들 꽤 걸려서 줄이 항상 길다. 100~200루블이면 충분히 다양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맛도 괜찮지만 나는 2~3번 밖에 안 가봤다. 그것도 거의 그냥 빵만 사서 나온 정도다. 수업 쉬는 시간에 배고파서 가는 거 아니면 생각보다 잘 안 가게 됐다.
5. 학교 행사
어쩌다 보니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게 됐다. 10월 초에 있을 행사를 위해 저렇게 연락받고 정해진 날에 강당에서 2시간씩 연습했다. День первокурсника 신입생의 날이라는 행사였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새내기 배움터와 비슷한 개념인 듯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터는 입학 전에 모여서 선배들의 공연을 보고, 학교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День первокурсника는 한달 정도 학교생활을 한 신입생들도 함께 공연을 꾸린다. 대부분이 신입생이거나 2학년이었다.
행사는 학교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Баскет холл에서 진행됐다. 굉장히 큰 규모의 콘서트홀 느낌이었다.
로비에는 이렇게 나 꿉게우의 학생이에요! 하는 포토존도 있었다.
새내기 때 갔던 새터 생각이 났다. 볼 수록 새터문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과대 별로 모여서 저렇게 자기네 학과, 학부의 구호를 외치고, 자기네들끼리 으쌰으쌰 응원하고. 깃발을 휘두르고, 누가누가 더 목소리 큰가 경쟁하는 것까지 똑닮았다.
리허설도 정말 길었지만, 본 행사는 더 길었다. 러시아 국가부터 시작해서 교가도 부르고, 과회장과 학생회 소개까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 거지 싶기도 했다. 다양한 동아리의 공연이 계속됐다. 러시아 춤반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러시아 전통춤 동아리의 공연은 그래도 꽤 인상깊었다.
아마 경제학과 애들의 공연이었던 것 같다. 러시아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참 많다고 느꼈다. 특히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그렇다. 뭐 요즘은 우리나라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커져서 저런 학교 축제나 행사를 해도 잘 참여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저렇게 소속감을 느끼고, 저런 활동을 한다는 것들이 꽤 비슷하다고 느꼈다.
리허설을 지켜보고 오랜 시간 대기를 하면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여자애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걔네들은 이런 게 너무 이상하고 낯설다고 그랬다. 이런 건 중고등학교 프롬 때나 했던 일이고, 그때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다고. 경제학과 애들이 왜 저런 춤을 추는 건지도 이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정말 이상하지 않냐며 동의를 구했는데, 그때는 맞장구 쳐줬지만 생각해보면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문화였다. 우리도 새터라는 비슷한 학교 행사가 있고, 대학교에는 소속감을 키우고 연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미 없는(?) 과 동아리들이 꽤 있다. 경영학과의 사물놀이패라던지, 사범대의 율동패라던지.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러시아가 좀 친근해진 느낌적인 느낌.
내가 한 일은 바로 이거였다. 태극기를 든 러시아 파트너와 함께 무대에 올라가 내 소개를 해 주면 손을 흔들고 퇴장하는 것. 유학생 대표들의 소개가 끝나면 다같이 밑에 내려가 러시아 학생들과 간단한 율동을 하면 그게 다였다. 정말 별 거 아니었지만, 칼 같은 정확성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 애들은 우리를 엄청 연습시켰다. 이런 걸 보면 공산국가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같다.
이 행사를 할 때, 담당자가 전통의상을 입고 오라고 했다.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에 한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나는 한복이 없었지만 일본,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친구들은 다들 전통의상을 준비해 왔다.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네 일본 학교에서 유카타를 준비해 가면 좋을 거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9월 학기에 쿠반대학교를 갈 예정이 있다면, 한복(이 있다면)을 챙겨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러시아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다면 말이다. 그럼 쿠반대의 인싸는 보장될 듯. 한복을 입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다 나한테 '너 한국인이지?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이야! 나와 셀카를 찍어줘.' 하고 나와 사진 찍고 간 여자애들이 못해도 5명은 된 것 같다. 새삼 한류의 인기를 실감했다. 한복을 입고 갔다면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행사의 피날레 공연이었다. 이 이후에는 클럽 행사도 있었다. 일종의 뒤풀이 파티인 듯했다. 애들이 나도 갈 거냐고 물어봤지만, 난 가지 않았다. 나름 인지도 있는 가수인지 DJ인지가 클럽에 왔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후에, 쿠반대학교 교내 신문에 내 사진이 실렸다. 가족이 된 걸 환영합니다! Добро пожаловать в семью! 짧은 시간의 연수였지만 뭔가 학교에 내 흔적을 남기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10월 말에는 Пикник Кубгу 피크닉 꿉게우라는 작은 행사도 있었다. 그냥 자기들끼리 대학교 잔디광장 같은 곳에서 영화 틀어놓고, 술 마시고,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게임하는 그런 이벤트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네들과 별 다를 거 없어 보인다. 잠깐 단기로 어학연수 온 나 같은 학생들은 이런 학교 축제에는 쉽사리 낄 수가 없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나는 딱히 소속된 곳도 없고. 그래서 그냥 잠깐 둘러보기만 하고 나왔다.
6. 학교 외부
기숙사와 내가 들었던 강의실 건물 중간에 있던 쉼터와 매점. 이곳을 Интернет центр 인터넷 센터라고 부른다. 처음엔 인터내셔널 센터를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인터넷 센터가 맞았다.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데 왜 인터넷 센터인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의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약속 잡을 때 "싸관 앞에서 보자!" 하는 것처럼, "Интернет центр 에서 만나자"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여기 애들은 중앙아 음식인 шаурма 샤우르마가 주식인가 싶을 정도로 발에 채는 게 샤우르마 가게다. 학교 바로 앞에 기로스킹이 있는데, 이 주변에서 제일 맛 없는 샤우르마 집이다. 엄청 짰다. 학교 근처에서는 그래도 타슈켄트 ташкент 와 Шаурма от души가 제일 먹을만했다. 저 골목에는 학용품을 파는 문구점도 있다. 공책도 매우 저렴하고, 마스킹 테이프도 판다.
거기서는 이렇게 복사도 가능하다. 한 장에 12루블이었고, 안드로이드는 블루투스로, 아이폰은 메일로 파일을 보내서 인쇄할 수 있다. 티켓 출력한다고 한번 이용해 봤다. 작은 문방구 느낌이라서 괜찮은 물건들을 건지기는 어렵다. 살만한 건 지우개나 연필, 싼 노트 정도. 학교 건너편 쩨레목 옆에 있는 Читай город가 나름 가 볼만한 서점이다. 여기서 어린왕자 책도 하나 샀다!🤗
대학가라고 뭔가가 많을 거라고 기대하면 오산이다. 근처에 뭐가 없다. 마트와 트램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었다.
바로 앞에 2층짜리 건물로 졸라라는 옷가게가 있었다. 가게 이름처럼 옷들은 졸라 비싸고 졸라 별로였다.
타브리스!!! 학교 맞은편에 있는 꽤 큰 슈퍼마켓이다. 여기서 1000루블 이상 구매하면 타브리스 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 물건 살 때마다 그 카드를 제시하면 몇 퍼센트 할인을 해 준다. 나는 이 카드가 없어서, 경북대 친구들의 카드 혜택을 대신 몇 번 받아 본 적이 있다. 처음에 도착하고 나서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여기서 다 장만했는데, 멍청한 짓이었다. 학교랑 가까워서 매우 편리하긴 하지만, 가격이 센 편이다. 생필품은 웬만하면 Окей나 Ашан에서 사는 것이 좋다. То, что надо! 와 Каждый день이라고 마트의 자체 브랜드들이 있는데, 가성비 최고다. 품질이 의심될 정도로 다른 상품들보다 반값 이상으로 저렴했다. 물론 싼 맛에 사는 것들이었지만, 사용해봤을 때 품질 이상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타브리스는 새벽 1시까지 영업해서 엄청 편리했다! 12시 넘어서도 종종 밖에 나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곤 했다. 생각보다 치안이 좋고 안전한 동네라고 생각해서 늦은 시간에도 자주 돌아다녔는데, 막판에 바지 벗고 돌아다니는 할아버지와 대놓고 바지 내리고 자위하는 젊은 놈과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 어딜 가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건 삼가는 게 좋다.
노트북이 망가지는 사태가 있었다. 이곳저곳 알아보니 한국에서도 못해도 10만원은 들 일의 문제였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노트북을 수리했다! 8만원 정도가 들었다. 부품을 교체했더니 완전히 초기화가 됐고, 윈도우도 새로 깔았다. 문제는 내 컴퓨터가 완전히 러시아어로 바뀌었다는 거다! 시스템 언어를 한국어로 바꿔줬지만,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러시아어 밖에 안 뜬다. 그냥 이러고 살아야지 뭐.
내가 제일 많이 갔던 카페인 자쩨피 커피 Зацепи Кофе! 사실 커피는 어딜 가도 별로였다. 한국에 비해 뭔가 밍밍하고 물 탄 느낌. 제일 많이 마셨던 건 Горячий шоколад와 Какао였다. 우리말로 하면 핫초코와 코코아인데, 처음에는 둘 다 똑같은 게 아닌 가 싶었다. 하지만 다르다! Горячий шоколад는 말 그대로 초콜릿을 뜨겁게 녹여서 우유와 섞은 것이고, Какао는 우리가 흔히 아는 코코아 분말로 만든 핫초코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어떤 가게는 Горячий шоколад을 그냥 뜨겁게 녹인 초콜릿만 주는 곳도 있었다. 아무튼 저기서 공부도 자주 하고 드라마도 자주 보고, 내가 애정했던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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