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노다르 이야기] 3. 러시아에서 식사 해결하기(1)
[크라스노다르 이야기]
3. 러시아에서 식사 해결하기(1)
식당가기
거의 기숙사에서 해 먹었지만, 귀찮을 땐 주로 학교 근처 식당에서 사 먹었다.
길 가다보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Шаурма 가게들! 부리또 같은 느낌인데, 생각보다 맛있고 무엇보다 저렴해서 종종 먹었다. 가게 마다 들어가는 소스나 채소의 종류가 달라서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사진의 기로스킹은 너무 짜서 한번 먹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는... 그래도 타슈켄트와 샤우르마 오트 두쉬는 맛있었다.
크라스노다르에 도착한 초반에는 기숙사의 바퀴벌레 문제도 있고, 뭘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학교 근처 식당인 Шашлыкoff 샤슬릭코프에 자주 갔다. 푸짐한 고기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고 느꼈고 (물론 한국에 비해), 맛도 있었다. 샤슬릭과 샐러드 종류가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저렴하다고 해도 확실히 직접 식재료를 사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만 못했다. 허리띠 졸라매는 나중에 가서는 이 가격도 너무 비싸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샤슬릭코프를 더 이상 가지 않게 된 것은 이 연어 때문이었다. 기대에 차서 주문한 연어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짰다. 연어를 무슨 소금에 절인 건지, 어떻게 이렇게 짤 수가 있지 싶었다. 혀가 마비되는 줄 알았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Теремок 쩨레목이다. 밥 해 먹기 싫을 때, 살짝 허기질 때 먹기 좋은 음식이다. 원래도 팬케이크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 좋아했던 쩨레목. 베이컨, 으깬감자, 양파 튀김이 들어있는 БЛИН ФЕРМЕРСКИЙ와 사워크림과 연어, 치즈가 들어있는 БЛИН МОРСКОЙ БОГАТЫР를 자주 먹었다. ФЕРМЕРСКИЙ는 한국인이라면 안 좋아하기 힘든 맛이고 МОРСКОЙ БОГАТЫ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연어를 좋아한다면 맛있을 수 밖에 없는 맛. 이제 와서 안 건데, 러시아에는 쩨레목이 모스크바, 상트, 크라스노다르에만 있다. 게다가 가격도 다 다르다! 물론 크라스노다르의 쩨레목이 제일 저렴하고, 모스크바의 쩨레목이 제일 비싸다. 어쩐지 내가 모스크바에서 쩨레목 갔을 때, 덤터기 썼다고 느꼈던 게 그냥 그랬던 게 아니었다. 충격. 가격은 200루블 내외로 저렴한 편이지만, 사실 저거 하나 먹고는 배가 안 찬다는 게 함정이다. 러시아의 식당들은 대부분 음료 값, 특히 물 값이 비싸다. 150루블짜리 블린 먹으면서 80루블짜리 물 사는 사람 바로 나야 나...😥 러시아에서 텀블러는 필수다, 아니면 그냥 음료수를 마시자.
디저트 중에, 체리잼과 딸기잼이 든 블린도 있는 데 둘 다 내 취향이라 막판에 엄청 사 먹었다. 특히 БЛИНЧИК С КЛУБНИЧНЫМ ВАРЕНЬЕМ 딸기잼이 든 블린 너무 맛있다. 가격도 70루블이었나, 저렴하다.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디저트다.
러시아의 버거킹, 발음은 브루게르낑. 이것 역시 샤슬릭코프와 쩨레목 못지 않게 자주 사 먹었다. 메뉴는 우리나라 버거킹과 완전 다르다. 기숙사에서도 딜리버리클럽 이용해 경북대 친구들과 버거킹 치킨을 시켜 먹기도 했다.
여기는 러시아 가정식 느낌이라고 추천받아 룸메와 함께 간 Пузатая Хата. 펠메니와 바례니끼가 맛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한번 가고 그 뒤로 다시 가진 않았다. 펠메니는 먹을만 했지만, 만두는 역시 비비고가 최고다.
자전거 타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먹게된 Вафливафли 바플리바플리(와플와플?). 저건 일본식 오믈렛과 데리야끼 소스가 곁들여진 와플인데,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처음 보는 형태의 오믈렛이었는데, 오믈렛이 무슨 카스테라 빵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시내에 있는 곳이라 그런가 가격대는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학연수 후반부에 미친듯이 사먹었던 스시펀, 헬스장 옆에 있어서 더 자주 갔다. 사진이 왜 이것 뿐인진 모르겠다. 난 왜 저런 걸 찍었던 거지. 일회용기에 저렇게 with love 처럼 문구를 매번 다르게 적어줬다. 어쩔 땐 하트를 그려주기도 하고. 직원들의 센스에 감동. 물론 한국과 일본의 스시와는 차원이 다른 이상한 스시지만, 그래도 그정도면 러시아에선 맛있는 축에 속하는 편이었다.
일식당, 중식당, 심지어 베트남, 태국 음식점도 많이 봤지만, 한식당은 찾을 수 없었다. 하나 있던 게 망했다고도 들었고, 학교와 먼 곳에 하나 있다고도 들은 것 같은데 가 보진 않았다. 러시아 친구들 반응을 보면 한국 식당을 하나 차려도 되게 반응 좋을 것 같은데 왜 없는 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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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는 대부분 학교 앞 마트나 일주일에 한두번 오케이, 아샨 등의 큰 마트에 나가 사오곤 했다. 마트 내에 아시아 음식 코너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중국, 일본 음식 뿐이었다. 거기서 구할만한 것들은 소면이나, 도시락 라면 정도가 전부다.
학교 근처에 Сеул이라는 한인마트(?)가 있었다. 한국인이 하는 게 아니라 한인마트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게 이름은 서울이지만, 그냥 아시아 마트 느낌이다. 그래도 고추장, 굴소스, 한국 라면 등의 식재료와 화장품, 공산품까지 여러가지가 있었다. 가져오는 품목은 매번 다른 것 같았다. 갈 때마다 품목들이 바뀌어 있곤 했다.
양념류는 종류가 다양했다. 굴소스부터 쌈장, 된장, 고추장, 초장, 그리고 불고기 소스류까지. 맛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김치도 있었다. 하지만 10루블 한 푼, 한 푼이 아까웠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다 기본 2~3배 비싼 가격의 물건들을 선뜻 구매하지는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여기서 산 건 저 해물 굴소스 뿐이다. 엄청 유용하게 썼다.
구글에 등록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 가게 옆에 있었다.
가끔씩 시장에 가기도 했다. 이 Восточный рынок 시장은 주로 과일을 사러갔는데, 과일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과일 말고도 채소, 고기, 견과류를 파는 상인들이 많았다. 이 시장은 학교와도 가까웠다. 종종 자전거 타고 들러서 바로 옆에 있는 호수도 산책하고 그랬다.
이 시장은 시내 근처에 있는 Кооперативный рынок 시장이다. 식재료부터 공산품까지 없는 게 없는 큰 시장이었다. 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나는 여기서 다리가 엄~청 긴 팬티스타킹을 하나 샀다. 사진엔 없지만 이 시장에는 고려인들이 반찬을 팔고 있다. 내가 구경하려고 잠깐 멈출때 마다 맛 좀 보고 가라고 야단이었다. 러시아도 우리나라처럼 시식, 시음(?) 이런 문화가 있나보다. 정 많은 건 참 비슷하다. Можно попробовать? 하면 대개 맛 보게 해준다. 말 안 걸어도 계속 먹어보라 해서 부담스러웠다. 고려인의 반찬 가게에서 이것저것 시식을 해봤다. 김치라고 써 있지만 김치가 아닌 배추도 먹었고, 마지막 사진의 저 이름 모를 노란 것도 먹었다.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굳이 사가서 밥이랑 먹기는 좀 애매한 느낌이라, 3개나 시식하고 사진 않았다.... 아 그리고 고려인들은 한국말을 전혀 모른다. 저 한국사람이에요!!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하지 못한 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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