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3일차
이제 이곳에 조금 정이 드려고 하니 곧 떠나버리게 되었다. 내게 계획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우쳐 준 이번 여행의 첫 여행지, 비엔나.
아마 3박 4일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3박 4일이나 머무르면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유명한 명소들을 다 둘러보지도 않은 사람은, 그리고 그러면서도 걷기는 또 엄청 걸은 사람은 아마 나 뿐일거다. 평균 25000보 정도 걸으면서, 관광지는 정말 몇 군데 둘러보지도 못했다. 물론 날씨 탓도, 크리스마스 연휴인 탓도, 예기치 못한 일들 때문도 있지만, 이 모든건 내가 무계획으로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여행의 반이 계획인 것을...
오늘도 역시 특별하게 뭐 한건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처음으로 이 도시에 애정을 갖고 요목조목 살펴 본 날이다. 처음 온 날보다 확실히 몇 배는 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고, 생각보다 둘러볼 곳들이, 아니 비엔나에 왔다면 응당 둘러보아야 할 곳이 많다는걸 마지막 날의 밤에 깨닫고야 말았다. 그리고 내가 잡은 숙소도 딱히 이점이 없는 것 같아서 혼자 불만 가득이었는데, 지하철이 아닌 트램을 타면 교통편이 정말 최고의 위치에 있는 곳이었다는 것도 오늘 밤에야 깨달았다. 이런 멍청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날의 내 여행을 요약해 보자면, 생각해둔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아 문을 연 다른 곳을 찾아 헤매고 헤맨 것이 40%요, 비를 맞으며 길을 잘못 들어 길을 헤맨 것이 20%, 정확히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잘 몰라 그냥 왔던 곳만 계속 맴돌았던 게 10%, 나머지 20%만이 진짜 관광이라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난 그냥 비엔나에서 뻘짓만 했다. 아마 두고두고 비엔나는 아쉬움만 가득한 도시가 될 것 같다. 언젠가 푸르른 봄여름에 꼭 다시 한번 오리라!! 프라하에서는 제발 이런 사태들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얼른 계획을 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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