沙 江 里
沙 江 里
기형도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간 사람이 없었다.
처음엔 바람이 비탈길을 깎아 흙먼지를 풀풀 날리었다.
하늘을 깎고 어둠을 깎고 눈[雪]의 살을 깎는 소리가 떨어졌다.
산도 숲속에 숨어 있었다.
얼음도 깎인 벼의 밑둥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매 한 마리가 산까치를 움켜잡고 하늘 깊숙이 파묻혔다.
얼음장 위로 얼굴을 내밀었던 은빛 햇살도 사라졌다.
묘지에 서로 모여 갈대가 울었다.
그 속으로 눈발이 힘없이 쓰러졌다.
어둠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위어 있었다.
뒤엉켜 죽은 망초꽃들이 휘익휘익 공중에서 말하고 지나갔다.
‘그것봐’ ‘그것봐’
황토빛 자갈이 주르르 넘어졌다.
구르고 지난 자리마다 사정없이 눈[雪]이 꽂혔다 「사강리」(1981.2)
시인은 무슨 연유로 이곳에 왔을까.
아무도 가려 하지 않고
아무도 간 사람이 없던 이 곳에
무슨 볼일이 있었기에.
햇살이 사라지고
갈대가 울고
뒤엉켜 죽은 망초가 공중에 떠다니고
사정없이 넘어지고 구르고 쓰러지는
이곳은 시인의 기억 속에서
퍽 좋은 장소가 아니었나 보다.
내가 사는 이곳, 사강리.
이 동네에 살지 않는 이상
이곳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친구들에게 내가 사는 이곳을 소개할 때
사강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알려줘도 알지 못할 이곳을 난
제부도 가는 길에 있는 시골 마을,
화성시 끝머리의 포도로 유명한 동네라고 소개하곤 했다.
우연히 펼쳐 든 시집에서 이 지명을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남들에겐 잘 안 알려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듣게 됐을 때의 그런 반가움이랄까. 갑자기 시인과 내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스물 하나, 내 나이 또래였던 기형도 시인이 어떤 볼일로 1981년 2월 이곳을 들러 무슨 경험을 했을지가 참 궁금해졌다.
사실 이곳은 나에게 애증의 마을이다.
뭔가로 죄다 엮여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간섭이 지금도 여전히 싫기는 하지만 예전엔 혐오스럽기까지 했고 이 전형적이고 폐쇄적인 촌동네는 내게 있어 줄곧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내게 편안함과 따뜻함을 가져다주고, 늘 변함없는 모습이 왠지 모를 안정감을 심어 주기도 한다. 확실히 고향이라는 이름이 주는 정감이 있다.
나의 고향, 나의 유년, 나의 뿌리가 되는 이곳.
기형도 시인과 절친했던 성석제 작가의 강연이 몇 년 전
이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 시로 무슨 이야길 나누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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